[특파원리포트]中 '안방 단속에' 거침없던 안방보험 M&A 행보 주춤

'스타우드 해프닝' 등 무리한 인수합병에 中당국 조사 임박
고위층 부패자금 연루설도 제기...제재 가능성 배제 못해

중국 메이저 보험사로 급성장한 안방보험의 거침없는 글로벌 인수합병(M&A) 행보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인수한 안방보험은 올해 3월 스트래티직호텔&리조트를 사들인 데 이어 셰러턴 브랜드를 소유한 스타우드호텔 사냥에까지 나섰지만 매물의 몸값만 올린 후 갑자기 인수 의사를 철회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였다. 또 최근 캐나다계 대형 호텔 체인이 설립된 지 한 달 된 회사에 인수되는 일이 벌어지자 외신들은 실질적인 인수자인 안방보험이 M&A를 위해 은밀하게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안방보험의 석연치 않은 행보의 배경으로 무리한 M&A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견제 움직임을 지목하고 있다. 중국 보험당국이 최근 안방보험 등 중국 대형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해외기업 사냥 과정에서 금융규제를 교묘히 벗어나거나 위반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공격적인 M&A에 나서 온 안방보험에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안방보험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말 벨기에의 델타로이드은행과 FIDEA보험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두 회사의 인수에 6,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동원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데 이어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19억5,000만달러(2조3,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 인수는 차이나머니의 뉴욕 부동산 시장 공략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고 이어 핑안보험 등 다른 중국 보험사들의 해외 부동산과 기업 인수가 봇물 터진 듯 줄을 이었다.


안방보험에 대한 관심이 정점에 달한 사건은 3월 중순에 터진 스타우드호텔 인수 발표 해프닝이다. 지난해 매각 협상이 끝난 세계적 호텔그룹 스타우드호텔&리조트 인수전에 안방보험이 뒤늦게 뛰어든다고 선언하자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웨스틴과 더W·셰러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타우드는 지난해 11월 매리엇호텔과 122억달러 규모의 매각 협상을 마무리했으나 협상이 이미 끝난 상황에서 안방보험이 뒤늦게 끼어들며 129억달러를 베팅했다. 당황한 메리엇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인수가격을 높이자 안방보험은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역대 최고 가격인 140억달러까지 지불하겠다며 스타우드의 몸값을 한껏 올려놓고 3월 말 인수전에서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갑자기 발을 빼버렸다.

스타우드 해프닝을 계기로 글로벌 M&A 시장의 악동으로 낙인찍힌 안방보험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월에는 ‘인베스트(InnVest)’ 부동산투자트러스트가 보유한 캐나다 호텔 체인 매각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고는 역시 돌연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인베스트가 지난달초 7억4,400만달러에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한 곳이 기업활동 실체가 없는 블루스카이호텔&리조트라는 회사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회사가 다름 아닌 안방보험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블루스카이의 협상 대리인 리디아 천이 안방보험의 인베스트 협상 대리인이었다는 점에서 안방보험이 블루스카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인수합병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거칠 것 없던 안방보험의 M&A 행보가 이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한 이유로 중국 당국의 안방보험 조사설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안방보험이 스타우드 인수전에 참여한 후 돌연 발을 빼고 캐나다 대형 호텔 체인 인수에 나섰다가 포기한 시점은 중국 당국의 안방보험 조사 착수설이 나온 시기와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경제잡지 차이신 등 중국 매체들은 3월 말 중국 보험당국이 안방보험의 스타우드 인수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으며 안방보험이 당국의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안방보험 등 중국 주요 보험사들이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높다고 보고 있다고 중국 매체들은 지적했다. 안방보험은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사와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물밑조사를 거쳐 전격적으로 해당 기업 임원 신원 확보에 나서는 중국 당국의 관례를 아는 보험사들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 매체들은 안방보험의 M&A 창구를 통해 부패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고위층에 대한 전격적인 조사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중국 국영 경제일보의 자매지 중국기업가는 최근 보험감독관리위원회의 내부 관리층과 가까운 인사를 인용해 안방보험의 800억위안 불법자금 연루설을 보도하며 당국의 조사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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