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 /연합뉴스
미국의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4세. 알리의 대변인 밥 거닐은 성명에서 “32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은 끝에 알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알리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의료기관에서 생명보조 장치에 의존해 투병해왔고 가족들은 그의 임종을 지켰다. 그는 은퇴 3년 만인 198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으며 최근에는 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1942년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알리는 본명이 캐시어스 클레이로 12세 때 아마추어 복서 생활을 시작해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라이트 헤비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프로로 전향해 3차례에 걸쳐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고 통산 19차례 방어에 성공하면서 최고의 복서로 군림했다. 프로 통산 전적은 56승 5패. 알리의 장례식은 오는 10일 고향인 루이빌에서 열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코미디 배우 빌리 크리스털 등이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1942년 1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빈곤층 가정에서 태어난 알리가 권투에 입문한 것은 자전거 도둑 때문이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극장에 들어갔다 나온 클레이는 밖에 세워둔 자전거가 보이지 않자 경찰서에 찾아갔고 한 형사에게 “도둑을 잡으면 한방 먹이겠다”고 소리쳤다. 형사는 “한방 먹이는 것을 배우려면 체육관에 가라”고 농을 던졌고 클레이는 그날로 권투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1975년 10월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의 전설적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오른쪽)가 라이벌인 조 프레이저와 세계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전을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알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지구촌에는 애도의 물결이 번졌다. 세계 각국 언론은 알리의 별세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며 앞다퉈 그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낸 성명에서 “알리는 링 위에서의 투사나 마이크 앞의 시인으로서 재능 있는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옳은 일을 위해 싸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인은 (마틴 루터) 킹과 (넬슨) 만델라와 함께 섰고 어려운 시절에 함께했다”며 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한 데 대해 “다른 사람들이 꺼릴 때 나서서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알리의 별세가 매우 슬프다”며 “1960년 알리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던 때부터 전 세계 복싱팬들은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르는 아름다움·우아함·스피드·힘의 조화를 감상했다”고 회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알리는 단순히 사각 링의 챔피언이 아니라 시민권의 챔피언(옹호자)이며 아주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라고 썼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알리는 스포츠를 뛰어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운동선수”라며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성화를 점화하면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알리와 겨뤘던 전 헤비급 챔피언 조지 포먼(68)은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알리와 나는 한 몸과 같다”며 “나의 일부가 떠나간 것 같다”며 슬픔을 토로했다. 헤비급 챔피언 출신 마이크 타이슨도 트위터에 “신께서 알리를 데리러 오셨다. 위대한 이여, 잘 가시오”라고 적었다. 브라질 축구스타 카카, 미국의 유명가수 마돈나, 복싱스타 오스카 델라 호야, 농구스타 스코티 피펜 등도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추도의 말을 전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