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과 트럼프 /AP
“클린턴은 도둑이다.” “트럼프는 독재자.”
미국 대선이 상대방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최악의 ‘막말’ 비방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 ‘슈퍼 파워’를 내세우며 글로벌 안보와 경제정책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대선 후보가 직접 나서 막말전을 벌이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레딩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을 집중 공격했다. 그는 “클린턴이 국가안보에 끼친 해를 감안하면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며 도둑에 비유했다. 그는 “클린턴이 집권한다면 이 나라는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을 도둑으로 묘사한 그의 공격은 지금까지 단골 레퍼토리였던 ‘부정직한 힐러리’ ‘무능한 힐러리’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클린턴도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유세에서 “우리는 독재자를 뽑으려는 게 아니다”라며 반격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으로 설립한 트럼프대 사기사건을 맡은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의 멕시코계 판사인 곤살레스 쿠리엘을 비난한 것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를 사법부조차 무시하는 독재자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또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과 관련해 “그의 선거 캠페인은 이민자를 폄하하는 데 맞춰져 있다”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곡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 의원도 다원 연례회의에서 트럼프를 ‘최고 사기꾼’이라고 몰아세우며 측면 지원했다. 클린턴이 트럼프의 막말에 맞대응하고 나선 것은 경선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는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대선을 일찌감치 본선 국면으로 끌어올려 사실상의 경선 승리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에 유대인 혐오를 상징하는 ‘3중 괄호(일명 에코)’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반이민 정책을 내건 트럼프 지지자인 ‘알트라이트(대안 우파)’라는 온라인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일부 네티즌은 자신의 이름에 자발적으로 3중 괄호를 둘러 유대인과 연대의 뜻을 표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