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롯데그룹의 서류 제출 미비를 문제 삼으면서 이달 말 예정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서울경제DB
롯데그룹이 서류 제출 미비로 이달 말로 예정된 호텔롯데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일정을 연기할 처지에 놓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사실을 증권신고서에 담지 않아 금융당국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르면 7일 신영자 이사장과 면세점 사업부의 검찰 압수수색 관련 내용을 넣은 증권신고서를 수정해 공시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이 호텔롯데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투자자에게 충분히 알려져야 할 내용으로 판단해 증권신고서의 효력 발생일을 늦춘다는 방침이다.
증권신고서는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업이 새로 증권을 공모할 때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서류로 자금 모집 규모와 활용 방안, 투자 위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15영업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자 유치에 나설 수 있다. 만약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바뀌면 금융당국의 재량으로 효력 발생일이 뒤로 늦춰진다.
실제 LIG넥스원은 지난해 8월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의 개발·도입 비리 의혹과 관련해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압수수색을 받은 뒤 관련 내용을 상세히 기술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유가증권 상장 일정을 2주 미뤘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오는 11일 효력 발생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번 정정 공시 조치로 효력 발생일도 29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후부터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유가증권 상장도 7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당장 6일부터 16일까지 예정됐던 해외 딜 로드쇼(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기업설명회) 일정도 연기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들을 상대로 호텔롯데를 올해 상반기 중 유가증권에 상장시키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된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영자 이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가능성은 이미 지난달 초부터 제기됐는데 롯데그룹이 증권신고서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은 재계 5위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아마추어적인 움직임”이라며 “호텔롯데의 공모주 청약을 흥행시켜 삼성생명의 역대 최대 공모기록을 깨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