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와이파이] 이재근 한국관 회장 "식당경영은 외형보단 내실…한곳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외식업은 관리가 중요
프랜차이즈로 운영 땐
점포관리 제대로 안돼

서민 살림살이가 이제 막 보릿고개를 넘어가던 시절, 서민들에게는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프리미엄 한우시장을 개척한 1세대 한우명가들이 있다. 한국관, 버드나무집, 벽제갈비 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한국관은 좀 독특하다.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한국관’이라는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직영점을 늘리거나 프랜차이즈로 전환해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을 텐데도 오히려 점포수를 줄여간다. 1981년 잠실에 1호점을 열고 한때 서울에만 28개의 직영점을 운영했던 한국관은 현재 기흥 본점과 서울 도곡지점 단 2곳만 운영하고 있다. 분명 자신만의 외식업 경영 노하우가 있을만하다.

경기도 기흥 한국관 본점에서 만난 이재근 회장은 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식당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절대로 1개 이상은 하지 말고 프랜차이즈는 웬만하면 하지마라”고 강조했다.

그의 외식업 지론은 첫째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 둘째 한 곳만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30년 넘게 대형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아직도 (음식업을) 잘 모르겠다”고 토로한 그는 “식당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외식업은 외형보다는 내실이 중요한데 알찬 내실은 관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식당)주인이 하루 종일 식당에 붙어있어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그건 하나마나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관리론은 장사꾼이 말하는 “장사를 해봐야 얼마나 손이 많이 들어가는지를 안다”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사업,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시장에서 인정받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한창 한국관 영업이 불야성을 이룰 때 가맹점을 내달라는 주변요청을 모두 거절했다”며 “과연 그들이 나만큼 한국관이라는 브랜드를 가꾸려고 할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불신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생돼지 자갈구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 가맹점을 200여개로 늘릴 정도로 대규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거둬들였다.

그는 “지금 유행처럼 번지는 프랜차이즈는 가게 오픈에만 방점이 찍혀 있을 뿐 사후관리는 점주한테 맡겨버린다”며 “이런 형태는 점포관리가 제대로 될 수도 없고 결국 가맹점주만 손해를 보는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가맹사업자나 가맹점주 둘 모두에 이득이 되지 않기에 사업을 접었다는 이야기다. 이 회장은 “경복궁 근처에 토속촌이라는 삼계탕집이 있는데 그곳의 하루 매출은 웬만한 중소기업을 능가한다”며 “분점을 내달라는 주변의 요청이 분명 쇄도했을 텐데도 한 곳에서만 영업에 주력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예비자영업자들이 먹거리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없고 다만 외식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시장에서 버틸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음식점주가 ‘앉아 있는 사장’이 되는 순간 그 식당은 망한다고 보면 된다”며 “자신이 종업원이라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 장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기흥=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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