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고령화가 초래한 중소기업의 위기는 이미 상당 수준 진척된 상황이다. 신문에 따르면 2013~2014년 종업원 수 20명 이하 중소기업의 휴폐업 수는 새로 개업한 기업보다 17만곳이나 많았다. 자금난으로 빚을 갚지 못해 문을 닫는 ‘도산’과 달리 재무적으로 깨끗한 상태에서 조용히 폐업하는 이들 기업의 절반가량은 사장의 나이가 70대 이상 고령자다. 나이 든 CEO가 후계자를 찾지 못해 회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얘기다. 최근 수년 사이 일본 기업의 도산 건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휴폐업 건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는 중소기업 CEO의 고령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 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휴폐업 건수는 총 2만3,914건으로 도산 건수의 약 3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일부 지방에서는 휴폐업으로 인한 ‘소멸’ 기업이 도산기업의 10배나 되기도 한다.
소멸해가는 중소기업이 일본 경제에 미칠 파장은 심각하다. 중소기업 소멸과 그에 따른 지역인구 소멸은 곧 경제활력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 수의 99%, 일자리의 70%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일본 경제의 토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 제조공장 밀집지역이었던 히가시오사카시의 경우 대기업의 생산 해외이전으로 수주가 감소한데다 경영자 고령화로 한계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줄을 이으면서 지역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실정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중소기업의 고령화 리스크를 피하고 기업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승계와 인수합병(M&A), 젊은 세대의 창업 등을 통한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도쿄상공리서치가 전국 281만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일본 기업 사장의 평균 연령은 전년 대비 0.2세 높아진 60.8세이며 이 가운데 적자기업 비중은 사장의 나이가 70세 이상일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