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김철년(가운데)성동조선해양 대표(사장)와 강기성(왼쪽) 금속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 지회장이 해외 선주사 대표와 선박 수주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 웃으며 담소하고 있다. /사진제공=성동조선해양
지난 6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만난 성동조선해양 영업 담당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국제 선박·해운박람회(포시도니아) 2016’이 개막하기 앞서 아테네에 도착한 이들은 선박 발주를 위해 고객사와의 면담을 하루에도 5~6차례씩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 실무진은 “아침부터 선주사 대표와 김철년 대표(사장)가 갑자기 미팅을 잡으면 새벽부터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며 “현지 도착 후 이틀간 잠을 한숨도 못 잔 출장자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이번 포시도니아 2016에 노조까지 합세해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김 사장과 영업담당 임직원에 강기성 금속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 지회장까지 직접 아테네로 날아가 유럽 선주들에 신뢰를 주겠다는 의도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포시도니아에 영업 부문에서 나올 수 있는 인력은 모두 출장을 보냈다”며 “그야말로 영업 총력전”이라고 했다.
6일 노사 대표가 함께 참석한 해외 선주 A사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수주를 향한 성동조선해양의 절실한 의지가 묻어났다. A사 대표가 한국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현황을 언급하며 ‘성동조선해양이 중대형 탱커선을 무리 없이 건조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김 사장은 “올해만 해도 건조 일정을 모두 지켜 19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며 “품질만큼은 최고를 자부하고 선주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강조했다. 강 지회장도 “노사가 함께 노력해 품질과 안전성을 담보하겠다”고 거들었다. 노사 갈등으로 선박 건조가 지연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다.
A사 대표는 미소를 지은 채 “노사가 어려운 상황을 공동으로 타개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회사에 대한 높은 애정이 원동력이 돼 위기를 잘 극복하기 바란다”고 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아테네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수주 논의 가운데 A사와의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동조선은 2010년 3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자율협약을 개시한 후 1조6,000억원을 출자 전환하고 채권단으로부터 3,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선박 건조를 위해 7,2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 받고 삼성중공업과도 경영협력협약을 맺어 영업·생산 분야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대형 상선에 강점이 있는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원유 운반선 2척을 수주한 후 아직 신규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수주잔량은 40척 규모로 내년 10월까지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STX조선해양이 지난달 법정관리 절차를 밟으면서 성동조선해양마저 위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사의 주채권은행이자 관리를 맡은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이 현재 수주한 선박을 무리 없이 건조할 수 있어 법정관리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실만 발생시킨다는 입장이다. 결국 관건은 이번 포시도니아를 통해 올 하반기 신규 수주를 성사시키는 일이다.
/아테네=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