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위기에 몰린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정부에 지원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나래에너지서비스 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제공=집단에너지협회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때 열과 전기를 생산한 뒤 지역 내 주거시설 등에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열병합발전) 업체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64%가 영업적자를 낼 정도로 경영환경이 급격히 나빠졌고 지금의 경영환경이 이어진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장 올겨울부터 경기도 일대 14만가구의 난방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SK E&S와 GS파워·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4개 기업이 회원사로 소속된 집단에너지협회는 8일 “최소한의 생존 기반 마련을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고 본격적인 대책 촉구에 나섰다. 유재열 집단에너지협회 부회장은 “사업자들의 경영난 극복을 위한 단기적 처방이 아닌 구조적 차원에서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지난 1978년 2차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정부 주도로 도입됐다.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주거시설 근처에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해 난방을 공급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의 연료인 LNG는 석탄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어 친환경 사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집단에너지 사업은 지난해 기준 총 35개 사업자가 국내 240만가구에 난방을 공급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국내 전체 발전량에서 집단에너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5.2%(2014년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2000년대 들어 집단에너지 사업 보호 정책을 하나둘 폐지하고 발전시장을 한전 독점체제에서 ‘경쟁시장’으로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특히 불공정한 전력 판매 시스템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집단에너지 사업을 통한 전기 생산은 일반적인 화력 발전 등에 비해 발전 원가가 높은데도 전력거래소가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일괄적인 기준에 따라 ‘전력도매단가’를 설정해 헐값으로 전기를 사들이는 탓에 전기를 생산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기형적 시스템이 만들어진 탓이다. 협회 관계자는 “2011년까지는 전력 공급이 부족해 전력도매단가가 높아 견딜 수 있었지만 현재는 전력도매단가가 발전원가보다 낮아 사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집단에너지 사업자 35곳 중 22곳이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일부 사업자는 6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사업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6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청라에너지의 경우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위해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단행했으나 사업성이 낮아 착공을 미뤄오다 2월 신설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현재 손실 규모가 큰 남양주 별내에너지와 인천 청라에너지, 휴세스(화성시 및 수원 호매실 일대) 등은 모두 경기권에 몰려 있어 올겨울 ‘난방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관련 기업들은 정부가 집단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전력거래계약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는 최근 각 사업자들이 한전과 별도의 전력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실제 거래금액과 계약금액 간 차액을 정산하는 ‘열병합발전 전력계약제도(CfD)’ 적용을 산업부에 제안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주민들의 난방비를 올리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