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한국계 은행 '리스크 관리'가 화두

중국 경기악화에 부실채권 급증
기업 대출금 못받는 사례 늘지만
"성장통" 위험안고 영토확장 나서

“이제 중국 시장에서도 리스크 관리가 화두입니다.”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만난 한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도 연체율 및 여신 관리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수년째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데다 현지 기업 대상의 영업 확대로 여신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계 은행 중국 법인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억6,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00만달러 증가하고 고정이하여신 비율 또한 1.4%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서 부실채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계 은행들이 중국 현지 기업 대출에 집중하며 자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 차츰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상직 기업은행 중국법인 선전 분행장은 “중국으로 유입되는 한국 기업이 줄면서 대부분 국내 은행들이 현지 기업 대상의 영업을 늘리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무작정 영업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기 악화로 중국 업체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국 진출 기업들에도 돈을 떼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현지 분행장 출신의 한 은행원은 “한국 본사의 신용만 믿고 중국 현지 공장에 돈을 빌려줬다가 이를 못 받는 사례가 늘어 요즘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에도 보증신용장(Standby LC)을 통해 대출을 해주는 게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이 같은 악조건에서도 현지화에 속도를 내며 영업 대상을 넓히고 있다.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판단에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1억원 이상 대출시 본국과의 사전 협의를 하도록 한 방침을 없애고 현지법인의 판단만으로 대출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법인 분행장을 지난해 모두 현지인으로 교체하고 중국인을 현지 법인장으로 앉히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등 현지화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본국 보고 절차를 간소화해 현지 영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함께 리스크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담당 부행장 출신인 권오훈 하나생명 사장을 올 초 중국하나은행 동사장(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해 각종 사안을 챙기도록 하고 있으며 하나금융그룹사 리스크 담당 임원 또한 1년에 네 번꼴로 중국을 방문해 리스크 부문을 챙기고 있다. 중국신한은행은 지난해 현지인을 영입해 최고여신책임자(CCO) 자리에 앉히는 등 현지 맞춤 전략을 통한 여신 관리에 힘쓰고 있다. /선전=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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