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30] 차세대 항공기 프리뷰

항공기는 현존하는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다. 이 무기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중추적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래의 항공기는 여기에 더해 열차의 대량 운송 능력과 크루즈선의 안락함, 그리고 친환경성과 접근 편의성, 고연비에 이르기까지 가히 끝판왕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를 현실화할 콘셉트 모델들을 소개한다.

나만의 스카이라운지 - 스카이덱의 관측창 표면에는 자외선 차단 필름과 김서림 방지 필름이 코팅된다. 강렬한 햇빛에 따른 승객의 시력 보호와 고고도의 낮은 온도로 인한 수증기 응결을 막기 위함이다.


하늘을 나는 전망대
모델명:
스카이덱 (SkyDeck)
설계: 윈드스피드 테크놀로지스 (windspeedtech.com)
상용화 수준: ★★☆☆☆

민간항공 산업은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항공사들도 더 쾌적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자 신기술과 서비스의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과 달리 지난 수십 년간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기내 엔터테인먼트다. 예나 지금이나 신문과 잡지, 영화 상영 정도가 전부다. 때문에 장거리 비행 시에는 잠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지루함과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지루함이 즐거움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의 항공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윈드스피드 테크놀로지스(WST)가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혁명을 일으킬 획기적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카이덱’이 그것이다. 스카이덱은 쉽게 말해 기내의 전망대다. 동체 상단에 반원형 투명 관측창을 설치,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여객기의 순항고도인 약 1만m 상공에서 360도의 탁 트인 시야가 확보돼 동체 측면의 좁은 창문을 통해 바라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환상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WST에 따르면 스카이덱은 동체의 폭이 넓은 대형 여객기는 물론 비즈니스 제트기를 비롯한 중소형 여객기에도 설치할 수 있다. 서비스 대상이나 동체의 크기에 맞춰 1인용과 2인용, 엘리베이터식과 계단식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조류 충돌 등으로부터 승객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관측창은 전투기 조종석의 캐노피와 동일한 소재가 쓰일 예정이다.

WST는 현재 스카이텍의 기본 디자인을 바탕으로 기술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항공기의 항공 역학적, 구조 역학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소재와 설계를 다듬기 위함이다. 꼬리날개에 공기역학적 간섭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실용화의 최대 관건이며, 항공기의 중량 증가와 그에 따른 무게중심 변화도 주요 체크리스트에 올라 있다.

핵심 타깃은 차세대 여객기와 VIP용 비즈니스 제트기 제조사들이다. 다만 기존 항공기를 개조하면 인허가 승인을 새로 받아야 해 차세대 기종의 설계단계부터 스카이덱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2020년 이전 스카이덱이 채용된 항공기를 내놓는 것이 목표다.


제트기+헬리콥터 - 트라이팬 600은 비즈니스 제트기의 기동성과 헬리콥터의 효용성을 겸비한다. 때문에 XTI 에어크레프트는 상용모델이 출시되면 연간 40~100대의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시간이 돈보다 귀한 백만장자들과 기업, 여행사, 긴급 구호기관 등이 주요 타깃이다.
수직이착륙 자가용 제트기
모델명: 트라이팬 600 (TriFan 600)
설계: XTI 에어크래프트 (xtiaircraft.com)
상용화 수준: ★★☆☆☆

SPECS
탑승인원: 6명 (조종사 1명 포함)
엔진: 덕트팬 엔진 3개/터보축 엔진 2개
엔진 출력: 2,600마력
최고시속: 630㎞
최대 상승고도: 10㎞
항속거리: 2,780㎞
출시시기: 2018년 이후
가격: 1,000~1,200만 달러

항공기의 이착륙에는 활주로라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하지만 활주로, 즉 공항의 숫자는 턱없이 적다. 그나마도 거의 교외지역에 위치한다.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공항까지 오랜 시간 이동해야 하며, 착륙 후에도 목적지까지 추가 이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 취약성은 ‘빠름’이라는 항공기의 강점을 반감시키는 요인이지만 무한정 공항을 늘릴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트라이팬 600’은 이 한계에 대한 미국의 신생 자가용 제트기 제조사 XTI 에어크래프트의 대답이다.


이 6인승 제트기의 핵심은 고정익 항공기의 항속거리와 고속비행 능력, 회전익 항공기의 수직이착륙 및 제자리비행 능력을 한 몸에 지녔다는 데 있다. 실제로 XTI가 표방하는 트라이팬 600의 최고속도는 웬만한 헬리콥터의 두 배를 넘는 시속 630㎞다. 최대 상승고도와 항속거리 또한 각각 10㎞, 2,780㎞로 동급 고정익기의 뺨을 두세 번은 후려치고도 남는다. 이를 위해 XTI는 주날개에 장착되는 덕트팬 엔진 2개의 각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착륙 시에는 헬리콥터의 로터처럼 지면과 수평을 이뤄 부양력을 얻고, 전진비행 시에는 고정익 항공기의 제트엔진처럼 수직으로 세워 양력과 추력을 얻는 메커니즘이다. 꼬리날개 앞쪽의 덕트팬 엔진 1개는 양력 전용으로 전진비행 시 커버를 닫아 동체의 공기역학성을 높인다. 대신 동체 양측면의 고성능 터보축(turbo-shaft) 엔진 2개가 작동, 전진 추력을 배가한다. 출발지와 목적지 인근에서의 이착륙과 고속비행이 가능한 만큼 고객들이 얻게 될 최대 메리트는 시간절약이다. 1,200㎞ 비행 시 기존 비즈니스 제트기 대비 1.6시간, 630㎞를 비행할 때 일반 헬리콥터 대비 2.3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게 XTI의 설명이다.

XTI의 목표는 2년 내 65%급 축소모델을 개발, 기술 고도화를 이룬 뒤 2018년 중반 실물 크기의 시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상용모델 출시까지 총 300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울트라 점보 3층 여객기
모델명: 프로그레스 이글 (Progress Eagle)
설계: 오스카 비냘스 (behance.net/ovisdesign)
상용화 수준: ★☆☆☆☆

SPECS
전장: 80m
전폭: 96m
엔진: 수소엔진 6개
탑승인원: 800명
상용화 시기: 2030년 이후
가격: 미정

항공기와 열차는 각각 공중과 육상을 대표하는 운송수단이다. 이동속도는 항공기가, 대량 운송능력은 열차가 우위를 점한다. 그런데 열차 수준의 운송력을 지닌 항공기가 있다면 어떨까.

스페인의 산업디자이너 오스카 비냘스가 디자인한 ‘프로그레스 이글’이 그런 존재다. 이 녀석의 특징은 외관에서부터 드러난다. 전장이 80m, 전폭은 무려 96m에 달한다. 현존 최대 여객기인 ‘에어버스 A380’의 73m, 80m를 능가하는 크기다.

모두가 1등석 - 프로그레스 이글의 좌석수를 300석으로 제한하면 모든 승객에게 1등석 수준의 좌석과 카지노, 레스토랑, 스파 등 럭셔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
이런 덩치에 걸맞게 프로그레스 이글은 3층 구조로 설계돼 있다. 덕분에 탑승인원이 무려 800명에 이른다. A380 대비 250여석이 많으며, 18량의 객차로 편성된 KTX의 935석에 버금가는 수송력이다. 친환경성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존 항공기는 제트A 항공유 1파운드(0.45㎏)를 연소시킬 때마다 1.35㎏의 이산화탄소(CO2)를 대기권 상층부에 뿜어내는 반면 프로그레스 이글은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인 수소를 연료로 6개의 엔진을 구동, 단 1g의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체 하부에 CO2 포집장치를 내장, 대기 중의 CO2를 회수한다. 비행을 하면 할수록 환경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동체 후미의 윈드 터빈엔진에도 특별함이 숨어 있다.

이 엔진은 전기엔진과 발전기의 역할을 겸한다. 이륙 시에는 엔진으로서 추가 추력을 제공하다가 순항고도에 다다르면 마치 바람개비처럼 동체를 스치는 바람의 힘으로 터빈을 회전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날개와 동체에 부착된 양자점 태양전지와 열전소자 전지에서도 전력이 생산되며, 사용하고 남은 잉여전력을 착륙 후 회수해 공항의 예비전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프로그레스 이글에 채용된 많은 기술들은 아직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용화된 것은 약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냘스는 2030년 이후에는 모든 기술들의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기대대로 훗날 프로그레스이글의 취역이 이뤄진다면 전 세계 항공산업은 혁명적 패러다임 변혁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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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 신생업체나 개인발명가가 소셜미디어,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다수 대중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행위.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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