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조선·해운박람회(포시도니아) 2016’에 참석한 정기선(오른쪽 두번째) 현대중공업 전무가 7일(현지시간) 일본 기업 전시관을 찾아 강환구(맨 왼쪽) 현대미포조선 사장과 함께 최신 선박 모형을 살펴보며 논의를 나누고 있다. /아테네=이종혁기자
‘국제 조선·해운박람회(포시도니아) 2016’에 참석한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한국관을 둘러본 시간은 5분이 채 안 됐다. 7일(현지시간) 선주사들과의 연이은 미팅 사이에 잠시 시간을 내 포시도니아 행사장을 방문한 정 전무는 한국관에 들러 전시 담당자들과 인사만 나눈 뒤 바로 떠났다. 그가 오랫동안 공들여 관찰한 곳은 조선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특히 그는 구조조정 후 일본 업계의 현황을 꼼꼼히 살피고 질문 세례를 던졌다.
정 전무는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과 함께 일본관에서 미쓰비시중공업, 신쿠루시마조선, 스미토모중공업 등이 전시한 선박 모델을 살폈다. 특히 그는 강 사장과 미쓰비시 중공업의 크루즈선을 보면서 국내 조선소의 크루즈선 건조와 관련한 여러 장애물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았다. 미쓰비시는 지난 2011년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 소속 아이다 크루즈사로부터 크루즈선 2척을 수주했다. 크기는 12만5,000GT(표준화물선환산톤수)급으로 최대 3,3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초대형 크루즈선이었다. 하지만 크루즈선 건조 경험이 부족했던데다 높은 자재조달 비용, 까다로운 선주사의 요구가 겹치면서 1,000억엔(약 1조792억원)에 수주한 크루즈선 한 척에서 무려 2,375억엔(약 2조5,0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정 전무는 한국보다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일본 조선 업계의 현황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선박 설계·건조 등 전반적인 일본 업체들의 역량이 구조조정 전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강 사장, 현대중공업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고 때때로 진지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한국 조선 업계 역시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관을 나선 정 전무는 곧바로 중국 거대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의 전시관으로 향해 이 업체가 내놓은 각종 첨단 선박을 관찰했다. CSSC는 중국선박중공업(CSIC)과 함께 중국 양대 국영 조선소로 꼽힌다. 벌크선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 해양플랜트에 이르는 다양한 선박을 건조한다.
정 전무는 CSSC의 최신 드릴십과 해양플랜트 모형을 보면서 기술적 특징을 뜯어본 후 고객과의 만남을 위해 자리를 떴다. 포시도니아 현장에서 느낀 소감을 묻자 그는 “조선·해운 업계가 전반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면서 정중히 답변을 사양했다. /아테네=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