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지원 정부가 책임져야" 커지는 홍기택 파문

청와대 "혼자만 살겠다는거냐" 부글부글
임종룡 "산은과 당국 협의 거쳐" 반박



홍기택(사진) 전 KDB산업은행 회장의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자금지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결정한 것으로 산업은행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는 베이징발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8일 검찰이 본격적으로 대우조선해양 관련 수사에 착수한 시점과 맞물려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를 맡고 있는 홍기택 전 회장은 전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했고 산은은 이에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주체도 산은이 아닌 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데 따른 산은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홍 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홍 전 회장의 발언을 두고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 전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개인적인 주장이다.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검찰 수사와 맞물려 홍 전 회장이 자신이 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라는 전언이다.

홍 전 회장은 대학 교수를 지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을 거쳐 지난 2013년 4월 KDB그룹 회장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발탁으로 KDB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게 사실이다.

이날 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발표한 정부도 홍 전 회장의 발언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임 위원장은 서별관회의에서 홍 전 회장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액을 처음 알았다는 주장에 대해 “산은 실무진과 금융당국 실무진이 이미 조율을 끝내고 들어갔던 사안”이라며 “만약 정말 그랬다면 산은의 보고 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홍 전 회장이 책임 회피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산은과 수출입은행 간 이견에 대한 최종 조율은 금융위가, 그리고 내가 했다. 향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며 “누군가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줘야 하고 지금도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맹준호·조민규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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