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나왔고 지난해 기록적으로 5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빅3’에는 또다시 3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큰 산을 하나 넘은 셈이지만 청와대부터 정부·은행으로 이어지는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땜질식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선·철강 등 주력업종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178조원(금융연구원 자료)을 풀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한계기업 연명에 사용됐다는 점은 조선·해운업의 위기가 방증한다. 이번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현재의 구조조정 시스템과 운영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4·13총선 이후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사실상 구조조정의 최종결정권을 쥔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의사결정도 늦고 구조조정의 책임소재마저 흐리는 ‘밀실회의’의 대명사가 됐다. 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이는 청와대를 향한 화살을 막는 방패를 급조한 데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적 인프라와 금융시장도 여전히 취약하다. 최근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은 법적 근거가 없는 채권단 주도 자율협약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의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였고 산업은행은 들러리였다”는 발언도 정부만 탓하는 채권단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구조조정은 재무상태뿐 아니라 지배구조, 사업구조, 연구개발(R&D), 시장수급상황 등을 종합평가해 경쟁력 회복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의 기능을 축소하고 산업 발전을 막는 파괴적 현상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연선·임세원기자 bluedas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