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친부살해 참극…‘돈은 피보다 진했다’
‘추적 60분’에서는 돈 때문에 자녀에게 위협받는 부모들의 실상을 공개했다.
8일 방송된 KBS2 ‘추적 60분’에서는 ‘패륜범죄, 돈은 피보다 진했다’ 편이 전파를 탔다.
▲ 어버이날 다음날인 5월 9일, 광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노인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장에 놓여있던 의문의 대형 고무용기. 그 속에는 얼굴을 심하게 맞아 치아가 모두 빠진 시신이, 흉기가 꽂힌 상태 그대로 담겨 있었다.
당시 119 구급대원은 “엎드린 상태에서 우측 쇄골부위에 칼 같은 게 세 자루 꽂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신 옆에 물 같은 게 흥건히 가득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피 색깔도 있었는데 저희가 맡아본 바로는 락스 냄새 조금 비슷하게 났습니다”라고 증언했다.
아파트 CCTV에 찍힌 사람은 놀랍게도 숨진 문 씨의 아들과 딸이다. 하지만 긴급 체포된 남매는 범행 일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가족들을 폭행했다며 증오를 드러낼 뿐이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친척들과 이웃의 얘기는 전혀 달랐다. 숨진 문 씨는 평소 점잖고 가족에게 다정했다는 것.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남매가 범행 몇 달 전부터 계속 집문서를 요구하며, 아버지를 괴롭혀왔다는 주변의 진술이었다. 남매의 협박으로 문 씨는 계속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한다.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문 씨의 사망 전 행적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연인 박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문 씨 가족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추적 60분’에서는 광주 남매의 친부 살해 동기를 파헤쳐본다.
▲ 경상남도 사천시의 한 외진 마을, 조용한 새벽을 깨운 것은 한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남편의 생명이 위급하다며 이웃집에 신고를 요청한 김 씨.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원은 머리에서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강 씨를 발견했다.
강 씨를 폭행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강 씨의 아들과 딸. 강 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딸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두개골이 함몰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다.
강 씨는 “상처로 인한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여름에 덥기는 덥지, 머리를 감을 수도 없고. 손도 맞아서 제대로 쓰질 못하고, 다리고 뭐고 전신에 다 흉터 아니오”라고 말한다.
경찰 조사 결과, 남매의 범행은 계획적이었다. 수면제와 농약, 전기충격기, 가스분사기까지 준비했으며 범행을 모의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범행 이틀 전엔, 강씨에게 약을 탄 커피를 먹여 살해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왜 이토록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했을까.
강 씨는 “내가 잘못한 건 돈 안준 것 밖에 없다. 돈 때문에 이 사건이 터진 거 아니가”라고 말한다.
일찍이 집을 떠나 외지에서 생활한 남매. 하지만 변변한 직업 없이 월세를 내기도 빠듯한 생활이 계속됐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남매가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했지만, 강씨는 자식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재산을 내어주지 않았다.
취재진은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남매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은 정말로 돈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을까.
▲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평생 땀 흘려 일하며 5남매를 부족함 없이 키웠던 김 모 씨. 그는 자식들이 장성한 후에도 현금은 물론 집, 자동차 등을 마련해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년 전엔 “집을 사주면 아버지를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겠다”는 말을 믿고, 마지막 남은 재산을 딸에게 내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준 아버지에게 남겨진 삶은 고통뿐이었다. 딸과 함께 산지 두 달 만에 갖은 구박을 당하며 집에서 쫓겨난 김 모 씨. 현재 김 씨는 월세 20만원의 영세민 아파트에서 하루하루를 외롭게 보내고 있고, 그의 자식들은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 괘씸한 마음에 결국 자식에게 소송까지 걸었던 할아버지. 딸에게 준 돈의 일부를 돌려받게 됐지만 마음의 상처는 돌이킬 수 없었다.
김 모 씨는 “결국엔 내가 잘못한 거야, 자식들이 나한테 이렇게 할 줄 몰랐다고. 되돌아간다면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일들이 일부 가족들의 문제일까? 현재, 25세 이상의 성인자녀를 부양하는 한국의 부모가 무려 40%에 달한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했던 옛날과 달리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들, 일명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미 백세 시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시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경제적 학대를 비롯한 패륜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