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전 나주시 시장의 부인이 시 사회복지과 여성 공무원 2명을 운전수 겸 수행비서로 각종 행사에 데리고 다녔다는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여성 공무원들은 사모님이 호출하면 출장계까지 내고 개인 차량을 운전해 시장 자택으로 가서 사모님을 모시고 이곳저곳 다니는 운전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시장 부인을 수행한 기간은 약 1년 5개월, 횟수를 합치면 200회에 달했다. 남편의 권력을 믿고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6월 지방 군수의 아내는 지인의 아들을 군청 기간제 공무원으로 채용해 주겠다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단체장 부인들의 일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되면 잠시 수그러드는 듯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독버섯처럼 되살아나곤 한다. 지자체 예산을 받아 남편의 출장에 동행하고 직원들을 개인 비서처럼 부려 먹는가 하면 인사에 개입하는 일까지 종종 일어난다. 이런 갑질이 꼭 그녀들만의 탓일까. 특권의식에 젖어 공사 구분을 못하는 남편들의 책임도 작지 않을 것이다. 두 달 전 창원시장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스페인 등 유럽 3개국 출장을 가면서 부인과 동반했다. 아내의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료 800여만원은 시의 몫이었다. 지난해 10월 투자유치 목적으로 중국 출장을 갔을 때도 부인과 함께였다. 그때 역시 부인 항공료 200여만원은 시 예산으로 결제했다. 이 사실이 불거져 비판이 거세지자 창원시장은 아내의 항공료 1,000여만원을 모두 시에 반환했다고 한다.
단체장 배우자에 대한 차량·의전·경비 지원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자 행정자치부가 엊그제 금지 사항을 마련해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는 소식이다. ‘지자체장 부인의 사적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이라는 건데 한마디로 단체장 부인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들이다.
공무 출장시 단체장 부인의 경비를 시에서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공무원을 개인적인 일에 동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허가 없이 관사물품 교체금지 등도 포함됐다. 공교롭게도 제시된 준수사항이 일곱 가지여서 조선 시대의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연상되기도 한다. 일부 ‘갑질’ 단체장 사모님 때문에 구시대 유물까지 떠올라 씁쓸하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