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회사 차원의 분식회계 혐의가 명백하다고 보고 경영진과 산업은행 등의 책임을 밝히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달까지 분식회계 수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이후 배임과 각종 유착 비리에까지 칼을 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압수물품과 내사 기간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식회계 혐의 입증을 마친 뒤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분식회계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입장과 전면 배치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민사 소송 등에서 2013~2014년 영업이익이 8,700억원 흑자라고 했다가 최근 1조5,500억원 적자라고 뒤늦게 바꾼 데 대해 “비용 추정이 바뀌어서 그렇게 된 것일 뿐 고의적인 분식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분식 사례로 꼽히는 ‘송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100여 차례에 이르는 추가 설계 변경으로 공사 비용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발주처에 추가로 계약금액 인상을 관철시킬 계획이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회계의 기본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고 지금 일어나지도 않은 일(계약금액 인상)을 가정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건 명백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러한 분식회계에 회사 담당 부서는 물론이고 고재호 당시 사장 등 경영진까지 가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고 전 사장이 “대우조선 회계 처리는 대주주인 국책은행 산업은행의 감독 아래 이뤄진다”고 주장한 것처럼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공기업처럼 운영된 점에 감안해 산업은행과 정·관계 관계자의 책임 여부도 명백히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