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철 굴기' 꿈 산산조각

美기업 'LA~라스베이거스 고속철 프로젝트' 전격 취소
中 "무책임한 행동" 비난...'통상마찰' 양국 관계에 또 상처

미국에서 펼치려던 중국의 고속철 굴기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통상마찰로 미국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가운데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기간 중 합의된 양국 경제협력의 최대 이벤트인 고속철 건설 합작 프로젝트까지 무산되면서 양국 관계에 또 한번 상처가 난 모양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로스앤젤레스~라스베이거스 구간을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사우스웨스트 레일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 중인 미 익스프레스웨스트사가 중국철로국제유한공사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전격 취소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익스프레스웨스트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규제로 중국 측이 공사기간을 맞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사업중단 이유를 밝혔다.

익스프레스웨스트는 중국철로국제유한공사가 이끄는 컨소시엄과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120억달러(약 13조9,200억원) 규모의 ‘LA~라스베이거스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 시행에 합의했다. 총연장 320㎞의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책 중 하나로 추진한 사업이다.


중국 언론들은 당시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발표된 양국 간 고속철 프로젝트를 미중 경제협력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부각시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난 1800년대 중반 미국 철도공사 현장에서 ‘쿨리’로 불리며 막노동을 했던 중국 노동자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150여년 만에 미국에 첨단 고속철도 수출이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다며 고속철 굴기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미국 측의 일방적 계약해지 발표에 중국 측은 취소배경이 석연치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철로국제유한공사 측은 익스프레스웨스트의 계약취소를 갑작스럽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스프레스웨스트 측은 고속철도 차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연방정부의 요구를 어려움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고속철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기 위해 새 합작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번 미국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에 앞서 2014년 멕시코에서도 고속철 사업을 수주했지만 멕시코 정부가 입찰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프로젝트 자체를 무산시켜버렸다. 이에 앞서 베네수엘라에서도 중국은 고속철 사업을 수주했지만 베네수엘라 경제 악화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과 톈진 구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연장 길이 1만7,000여㎞에 달하는 고속철을 깔면서 전 세계 고속철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올 3월 확정한 13차 5개년규획(2016~2020년)을 통해 5년 내 고속철도 구간을 3만㎞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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