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사진) 전 주일대사는 10일 한양대 일본학 국제비교연구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 상생을 위한 인문 포럼’ 기조발제에서 역사 화해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인식하고 착실히 쌓아가야 한다며 이 같은 세 가지 행동 준칙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합의한 ‘이견 합의(agrement to disagree)’이지만 합의로 해결 기회를 잡은 것은 한일 관계에 중대한 의미”라며 “한일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이번 합의는 법적 책임을 주장하는 한국 입장과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타결됐다는 일본 측의 입장을 절충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완전히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법적 해결이 어려운 가운데 고령의 피해자들이 생존해 계시는 동안 해결해야 한다는 시급성에서 이뤄진 일종의 이견 합의에 해당하는 정치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신 전 대사는 “합의 이행으로 실질적 결과를 도출하는 작업이 남아 있지만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고 앞으로 가기 위한 큰 걸림돌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 문안을 읽어보더라도 (일본 측의 10억엔) 자금 출연이 소녀상 문제와 연계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소녀상 문제는 문제 해결의 입구가 아니라 성실한 이행으로 이전을 위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출구에서 이행 결과로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전 대사와 비슷한 시기에 주한 일본대사를 지낸 무토 마사토시 전 대사도 기조발제에서 “한일 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국민감정과 서로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점을 들 수 있다”면서 “정상 간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전 대사는 2011~2013년 주일 한국대사를, 무토 전 대사는 2010년9월부터 2012년10월까지 주한 일본대사를 지냈다.
무토 전 대사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배려한 합의”라면서 “당당히 실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합의(이행)가 구체화하면 소녀상에 대한 전망도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