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그룹 최대 위기속 형제는 한심한 경영권 분쟁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또다시 신동주·신동빈 형제 간 표 대결이 벌어질 모양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달 회사 측에 요구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이사직 해임안이 정식 안건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임안이 상정되면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롯데 형제 간 표 대결은 이번까지 벌써 세 번째다. 한일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지난해 8월과 올 3월 벌어진 두 차례 격돌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이긴 바 있다. 그걸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다시 진흙탕 싸움을 보게 된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비상상황이다. 창사 70여년 만에 최대 위기라고 할 정도다. 난국 타개를 위해 형제가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이 아닌가.

그런데도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은 10일 롯데 본사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현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검찰 수사를 반격의 기회로 삼으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국가 경제와 그룹에 닥친 경영위기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경영권 확보에만 급급한 셈이다. 이러니 “롯데는 대한민국 기업”이라거나 “지배구조가 투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들 누가 납득하겠는가.

롯데그룹의 성공이 총수 일가만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의 외면을 받기 전에 하루빨리 형제 간의 분쟁을 매듭짓는 것이 마땅하다. 검찰 수사를 놓고 소비자·투자자들의 마지막 동정심까지 사라질 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