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용산공원, 2세대 걸쳐 제대로 조성해야

조명래 단국대 교수

수도 한복판에 자리한 용산 미군기지 터는 쉽게 아물 수 없는 깊은 ‘오욕과 상흔의 역사’를 안고 있다. 다행히 오는 2017년 터 반환이 예정돼 있고 그곳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용산공원계획(2011년)도 마련돼 있다. 2027년까지 조성될 용산공원은 아픈 역사에 대한 반성과 치유, 민족 정체성 구현, 자연성 회복 등을 테마로 해야 한다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

땅을 돌려받으면 먼저 어떤 땅이 돼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한 뒤 오염됐으면 정화하고 훼손됐으면 본래 모습대로 최대한 복원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건축물이 그대로 남고 이용 편의라는 이름으로 시설물을 덧대어 지으며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들이 들어서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것이 이 땅에 배어 있는 ‘비운의 역사’를 지우는 방법이고 민족자존의 역사를 공간적으로 새로 쓰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는 데 최소 1세대는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런 후 우리는 이 땅을 어떻게 쓸지 당대를 넘어서는 안목으로 사유하고 논의해야 한다. ‘과잉 디자인’ ‘과잉 인공’ ‘과잉 개발’ ‘과잉 권력’의 기호들이 넘쳐나는 속물적 공원이 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비움이 채움’이라는 조성 방법은 한 시민단체가 이미 20년 전 제안한 바다. 비움은 있는 것을 최대한 비우고 넣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면 채움은 그렇게 해 빈터에 사람 대신 ‘우리의 자연’이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자연’으로 역사의 상흔을 힐링하고 개발주의 문화를 힐링하며 지친 일상을 힐링하자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은 자연형 도심공원의 모습을 갖추자는 것이다.


2세대에 걸쳐 공원을 조성하자는 데는 이렇듯 장소의 치유와 복원, 개발의 억제와 대체, 자연으로 대안 문화 구현, 시민 주도 등을 위한 시간의 담보라는 의미가 있다. 당대 특정 집단의 입김에 놀아나지 말고 시민 눈높이에서 국가공원에 구현해야 할 최대치를 찾아 하나하나 구현해가야 한다는 뜻이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제2조는 ‘용산부지는 최대한 보전하고 용산공원은 민족성·역사성 및 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 휴식 공간 및 자연 생태 공간 등으로 조성…’을 기본이념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이념과 방향 설정에도 용산공원은 태어나기도 전에 벌써 힘 있는 기관들에 의해 뜯기고 뺏긴 몰골이 되고 있다. 기지의 원래 터(357만7,000㎡)는 이미 정부의 각종 시설 부지(용산가족공원, 국립박물관, 전쟁기념관, 국방부 건물 등)로 떨어져 나갔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미 대사관 부지, 드래곤힐호텔, 헬기장 등도 본체 부지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용검토 부지 제외 시에는 235만3,000㎡(원래 터의 65%)만 공원으로 조성될 참이다.

관원(官願)의 탈을 쓴 권력기관들의 입지 요구가 결국 지난달 ‘용산공원 콘텐츠 선정 및 정비구역 변경’이라는 공청회로 노골화했다. 기지 터를 온전히 돌려받지 않고, 또한 외세와 국가기관에 의한 권력적 점유를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2세대에 걸친 ‘치유와 자존의 공간으로의 용산공원’ 조성은 공염불이다. 국가공원의 ‘국가성’은 시대를 뛰어넘는 시민의 생각과 손으로 만들어져 구현돼야 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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