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기타 건축물에서 가장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이 냉난방설비입니다. 이 분야를 담당하는 것이 기계설비의 역할인데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모두 합치면 30조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고품질의 기계설비공사를 통한 에너지 소비량 절감이 필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상일(사진)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계설비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대중들에게는 익숙하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는 용어인 기계설비는 건축물의 주요 기능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냉난방이나 급배수·배관설비 등 사용자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인체에 비유하면 두뇌나 심장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로 필수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건축물의 마감재에 가려져 있고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운영되는데다 건축공사의 하도급으로 분류되는 탓에 그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계설비의 설계부터 시공, 준공 후 유지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소비자가 에너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서도 “아직 기계설비와 관련된 독립적인 법령이 없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설비산업 가운데 전기·정보통신·소방설비 등은 독립적인 관련법이 마련돼 있지만 유독 기계설비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기계설비 기술을 통한 에너지 절감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파리기후협약에서 이뤄진 파리협정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감축해야 하는데 고품질의 기계설비 기술이 적용된다면 온실가스의 효율적인 감소가 가능하다. 그는 “건축물이 대형화·첨단화되면서 기계설비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독립적인 분야로 발전했다”며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일반건축물의 경우 15~20%, 반도체 클린룸은 50%에 육박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계설비공사의 발전방안에 대해 이 회장은 “고품질 시공을 통해 사용자들이 에너지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현실적인 공사 단가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계설비가 건축의 하도급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업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