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진해운 살린다' 피력...현대상선과 합병땐 글로벌 점유율 5위, 본격 경쟁 가능

임종룡 "한진해운 정상화땐 현대상선과 합병 검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3일 양대 국적선사의 합병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해운 구조조정 2라운드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그동안 양사의 합병 방안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강조해왔지만 내부적으로는 6개월 전부터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의 언급은 현대상선(011200)의 회생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해운업의 글로벌 경쟁력 회복을 위한 양사의 합병 문제를 공론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당국의 회생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진해운(117930)의 용선료 협상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핵심은 규모의 경제다. 실제로 세계 시장 1위(선복량 기준)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수차례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중국의 1·2위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COSCO)와 중국해운그룹(CSCL)도 합병을 통해 세계 시장 4위까지 덩치를 키웠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CGM도 싱가포르 넵튠 오리엔트 라인스(NOL)를 흡수합병했고 5위인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쿠웨이트 UASC와 합병이 예정돼 있다. 이들 업체는 합병 후 중소형 선박을 정리하고 1만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되는 초대형선박을 이용해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8위(한진해운)와 15위(현대상선)에 위치한 양대 국적선사는 급한 불을 끈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해운사와의 직접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합병을 하면 양대선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독일 하파그로이드를 제치고 5위까지 올라간다. 세계 해운사들과 체급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양대 국적선사의 합병은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의 마지막 관문인 ‘디(THE)얼라이언스’ 합류에 성공하고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협상 등의 문턱을 넘어야 가능하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현대상선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반면 한진해운은 장담하기 어렵다. 만약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거나 사채권자로부터 채무조정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법정관리는 곧 청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한진해운은 당시 STX팬오션과 달리 장기 운송계약을 비롯한 사업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임 위원장의 합병 검토 발언은 현재 진행되는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해외 선주들에게 “용선료를 조정해 한진해운의 경영 숨통이 틔면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용선료의 일부를 주식으로 돌려받는 선주들 입장으로서도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고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각자 선사 체계가 유지되지 않고 합병이 이뤄지면 조 회장 입장으로서는 다시 한진해운을 찾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매달 용선료가 1,000억원씩 연체되고 있는 것을 포함해 앞으로 1년간 약 1조원의 경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유동성 부족 문제는 한진그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진해운이 자산 매각을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4,112억원에 더해 한진그룹이 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조민규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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