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비밀금고가?’
검찰이 롯데 수사 과정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비밀금고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벌가 비밀금고의 존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13일 검찰과 롯데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신 회장은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 개인 금고를 두고 있었다.
검찰은 지난 10일 압수수색 당시 신 총괄회장의 개인금고가 텅 비어있던 것을 확인한 뒤 신 총괄회장의 자금관리 담당 이모씨를 추궁, 이씨의 처제 집에서 신 총괄회장이 은닉한 것으로 보이는 현금 30억여원과 서류 뭉치를 확보했다.
이모씨는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지난해 롯데 형제간 경영권 분쟁 와중에 해임되면서 처제 집에 금고 속 내용물을 옮겨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한 층 아래인 롯데호텔 33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서는 오너 일가의 자금 입출금 내역이 담긴 금전출납자료와 통장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또 지난 10일 가회동 영빈관에서 신 회장의 개인 금고를 발견해 가져갔다.
신 회장의 거처는 종로구 평창동 롯데캐슬과 가회동 영빈관 등 2곳으로, 영빈관은 신 회장이 주로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금고 안에는 정확히 어떤 내용물이 들어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에 도움이 될만한 유의미한 내용물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개인 용도로 사용한 금고였을 것”이라며 “금고가 있었다고 해서 비자금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너가의 비밀금고는 비자금 조성 및 보관에 사용된 예가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오너가의 개인금고를 주목한다.
실제 지난 2006년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의혹 검찰 수사 때에도 계열사 글로비스 사옥 내 사장실 벽 속에 감춰진 비밀금고에서 80억원대의 은닉 자금이 발견됐다. 당시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은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CJ그룹도 지난 2013년 회장실에서 사용할 비자금을 조성해 중구 본사 14층의 비밀금고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회장실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금고는 쇠창살과 철제 방화문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가로·세로 3m 크기의 방으로 된 콘크리트 금고였다. 가벽 뒤에 숨은 금고에 접근하려면 열쇠 2개와 리모컨, 비밀번호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