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대상 제한 없다"…대우조선 10년치 프로젝트 파헤친다

남상태 前 사장 취임 이후 全사업
플랜트·상선 등 500건 전수조사
내부·기관 고위층 연루에 주목
"구조적 문제·비리 밝히는데 최선"
회삿돈 169억 배임 임직원 구속도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 등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이후 추진한 모든 프로젝트를 전수조사한다.

대우조선 부실 은폐 의혹과 경영진 비리 등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남상태 전 사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진행한 사업 500여건을 대상으로 수주 단계부터 건조·회계처리까지 전 과정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분식회계 의혹이 집중된 해양플랜트 분야는 물론 컨테이너선까지 총망라한 조사다.

특수단은 현재 대우조선 수사를 분식회계와 경영비리 두 갈래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분식회계는 전수조사를 통해 회계 부정의 규모와 시작 시점, 책임자 등을 밝혀낼 계획이다.


대우조선 측은 분식회계 의혹을 ‘변수가 많은 해양플랜트의 특성에 따른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해양플랜트 이외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다른 선박 사업도 최고위층의 개입으로 분식회계에 동원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의 운영 특성상 최고경영자(CEO) 등 내부 고위층은 물론 관련 기관의 정책 결정권자도 책임을 지게 될지에 검찰 안팎의 시선이 쏠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면서 “본체인 분식회계·경영비리를 먼저 수사한 뒤 시간을 두고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폭넓은 수사를 예고했다.

검찰은 경영진 비리 수사에서 과연 경영진이 사적으로 이익을 취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기업 범죄에서 경영판단의 논리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다. 검찰 관계자는 “요즘 특별수사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건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 비리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단은 올 1월 출범 이후 첫 수사 목표로 대우조선을 겨냥했다. 8일 수사관 150여명을 투입해 서울 중구 대우조선 서울 본사와 거제 옥포조선소, 산업은행 등을 일제히 압수수색을 했다. 대우조선은 2012년과 2014년 수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대규모 적자를 봤다고 재무제표 정정 공시를 냈다. 이어 지난해 2·4분기에 3조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남 전 사장은 오만의 선상호텔 프로젝트 사업계약과 관련, 400억원가량의 손실을 내고 측근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2년 3월부터 재임했던 고재호 전 사장과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창원지방검찰청은 특수단 수사와 별도로 이 시기 회삿돈 169억원을 빼돌린 혐의(배임)로 대우조선 시추선 사업부 차장 L씨를 구속했다. 임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50차례에 걸쳐 시추선 파견 기술자 숙소를 허위 계약하고 2012년 1월부터 2,700회 이상 물품 거래명세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대검 특수단으로 넘길 계획이다.

/김흥록·진동영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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