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14일 “검찰이 롯데그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회계 특별감리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사정기관의 수사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면 감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시점과 대상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감리는 금융당국이 중대한 분식회계나 부실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과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 등에 문제가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작업이다. 외부감사와 관련한 기업과 회계법인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감리 대상이다.
사법부의 형사처분과 별도로 분식회계 문제에 대해 기업에 행정제재를 내리고 회계법인의 책임까지 명확히 물으려면 특별감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견해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가 적발되면 기업과 회계법인은 최대 2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
실제 과거 2조원 규모의 손실을 뒤늦게 2013~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해 공시된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돼 이미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의 특별감리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에 앞서 효성그룹이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논란이 지난해 국회에서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특별감리에 착수하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롯데그룹의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의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이익을 부풀리거나 비용을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회계장부를 검토한 결과 회계 처리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며 조만간 폭로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된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보면 삼일PwC·딜로이트안진·삼정KPMG·EY한영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이 골고루 외부감사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실감사 문제가 조선·해운 업종의 구조조정 실패 원흉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의 특별감리를 통해 롯데그룹 총수 일가와 일부 임직원이 분식회계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빅4 회계법인도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앞서 삼일PwC는 대우건설, 삼정KPMG는 STX조선해양을 각각 부실감사 한 혐의로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절벽(대규모 손실 반영)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EY한영 역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에 ‘적정’ 감사의견을 줘 논란이 됐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식회계와 관련한 일차적인 책임은 기업 경영진에 있지만 이를 수년 동안 발견하지 못한 외부감사인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