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중국 사업의 부실 얘기가 나왔을 때도 미래 성장성을 강조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신동빈 회장이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했던 중국 사업이 그의 운신을 제약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쇼핑 등 롯데 핵심계열사들의 중국 사업 실태에 대한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중국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배임·횡령 등 범죄를 저질렀다는 정황증거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는 탓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하면서 제출한 중국 관련 자료에서 상당한 수사 단서를 얻었고 최근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이 중국에서 대대적인 사업 확장을 벌이는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고 이 때문에 격노한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지시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지난 2010년 롯데가 인수한 중국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은 당시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맨제도에 페이퍼컴퍼니 ‘롯데홈쇼핑코(LHSC)’를 세워 약 1,900억원에 럭키파이를 인수했다.
문제는 럭키파이가 롯데그룹 품에 안긴 후 참담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럭키파이의 모회사인 LHSC는 지난해 영업권 손상차손에 따라 당기순손실 1,634억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LHSC의 자본은 2014년 1,882억원에서 지난해 304억원으로 6분의1토막이 났다. 럭키파이 지분 24.03%를 보유한 롯데홈쇼핑의 관련 손상차손만도 247억원에 달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럭키파이의 영업권을 과도하게 부풀려 계상했다가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든지 아니면 당시 롯데쇼핑 경영진이 중국 현지에서 사기를 당했든지 둘 중 하나로밖에 볼 수 없는 이상한 거래”라고 말했다.
럭키파이의 인수주체인 LHSC를 조세회피지역에 세운 것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돈의 흐름을 보면 롯데쇼핑 등이 조달한 인수자금이 조세회피지역을 거쳐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종속회사를 조세회피지역에 세우는 것 자체는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정도 대규모 딜에 참여시키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M&A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 오너 일가의 ‘수상한’ 부동산거래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롯데자산개발도 중국 사업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은 회사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중국 자회사인 ‘롯데프로퍼티 선양’은 지난해 709억원에 달하는 포괄손실을 냈다.
이 밖에 롯데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지난 2년간 총 7,700억원에 이르는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롯데는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여러 계열사가 중국 사업에 투자했고 M&A 및 경영 과정에서 일부 손실을 입었으나 추후 중국 내수경기가 되살아나면 모두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