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수사에 휘청이는 롯데…수조원대 면세점·호텔 인수도 무산

롯데그룹이 총수 일가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으면서 그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수조원대 해외 면세점·호텔 인수마저 포기했다.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에 이어 유통 분야 대형 인수합병(M&A) 작업들까지 불발되며 롯데가 사실상 성장을 멈춰선 모양새다.

14일 재계와 롯데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최근까지 수조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와 그에 따른 호텔롯데 상장 불발로 실무를 모두 접었다. 이 M&A가 성사됐다면 규모 기준 세계 3위(2014년 무디리포트 집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은 듀프리(스위스)·DFS그룹(미국) 등 1·2위 업체를 바짝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호텔롯데는 면세점 외에도 프랑스와 미국 유명 호텔 M&A를 추진해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지만 이 역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몇 군데 업체에 대한 M&A를 검토하고 있었다”며 “호텔롯데 상장 무산으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계획을 접었다”고 했다.


앞서 롯데는 물류와 화학 분야서 벌이고 있던 M&A 작업도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10일 롯데제과가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82만6,006주(4.52%)를 319억원에 인수한 후 롯데제과를 포함한 8개 롯데 계열사가 나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었으나 이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매출이 4조원에 이르는 미국 액시올를 인수해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룹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10일 오후 늦게 공식 철회했다.

롯데 관계자는 “화학을 그룹 핵심 사업군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으나 예기치 않은 액시올 인수 실패로 큰 도약의 기회를 놓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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