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누가 봐도 재승인은 따논 당상이었는데 면세점 입점 비리 의혹에서 출발한 검찰 수사가 신규 면세점 선정 기준에 영향을 줄 경우 특허권을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여론 등의 파장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1위 면세점의 경쟁력이 변한 건 아니다”라며 “경영 능력이 가장 큰 요건인 만큼 최선을 다해 특허 재획득을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0순위이었던 롯데의 낙마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신라·한화·두산 등 면세점 업체들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들은 뜻하지 않은 기회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신규 면세점이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로 문을 열 경우 손익 여부 등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바잉파워 등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면세점 특성상 입찰전에 나서는 쪽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해 말 현대아이파크몰과 손잡고 용산에 신규 면세점을 열며 서울에 2개 면세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신라가 시내 면세점 점유율이 60% 이상인 롯데와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인데다 최근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은 만큼 신규 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업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문을 닫은 SK워커힐면세점은 시계·보석 등 유커들이 좋아하는 환금성 높은 상품으로 특화한데다 탁월한 자연경관과 업계 유일의 카지노 등을 앞세워 기필코 재승인권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두산은 동대문 외 점포 공간이 없기는 하지만 지난달 두타 면세점 오픈 때 신규 면세점 입찰전에 가세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특히 이번 3차 면세대전은 처음으로 강남대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지난해 1차 신규면세점 각축전에서 쓴맛을 봤던 현대백화점그룹은 강남점 무역센터점을 최우선 입지로 내세우며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강남권에 백화점을 보유한 한화갤러리아도 이 지역에 면세점을 낼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반면 신세계는 신규 면세점 레이스에 가담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연말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그룹 의견을 조율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첫 서울시내 면세점을 성공리에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6개였던 서울시내 면세점이 올해 9개로 늘어나고 내년엔 13개로 불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출점이 반드시 황금알을 두 배로 키워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일단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3차 면세대전이 신규 업체의 잇단 가세에 이어 롯데그룹 수사라는 복병을 만나며 암중모색의 길을 걷고 있다”며 “신규 업체들이 영업의 어려움을 본격적으로 확인하는 국면이어서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 경쟁 속에 입찰 여부를 저울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