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011160)은 오는 21~22일 1,50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 3년물 발행을 위한 일반 공모청약을 받는다. 분리형 BW는 채권과 채권의 액면가를 행사가액으로 나눈 수만큼의 신주인수권을 분리해서 거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한화건설이 2,5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앞서 아이에스동서(010780)가 지난달 17일 CB를 2,000억원 규모로 발행했고 GS건설(006360)은 4월12일 사모로 2,500억원의 CB를 찍었다.
한화
두산
메자닌을 발행한 기업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아이에스동서의 CB에는 공모청약에 5조7,225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리며 최종 경쟁률이 38.06대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지만 한화건설의 EB 발행은 일반 공모청약에서 250억원 소화되는 데 그쳤다. 주가의 변동에 따라 교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건이 붙지 않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환 대상인 한화생명(088350)의 주가는 8일 종가 기준으로 6,410원인 반면 교환가액은 7,400원이라 주식으로 교환할 매력도 떨어진다.
메자닌은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를 사들일 경우 대주주들의 지분율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불안요인이 있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이 메자닌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은 일반적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실제 올 들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올 들어 회사채 발행시장이 신용등급 ‘AA-’ 이하의 우량등급 혹은 펀더멘털이 확실한 기업만 선호하는 경향이 심해지면서 건설업체들의 회사채는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의 사정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으로도 공모로는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우선 해외 부문 손실 위험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위험도가 높은 준공 임박 현장 혹은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현장 등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2조9,000억원에 이른다. 유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올해까지는 저가수주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누적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의 비율이 줄지 않을 경우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건설사들의 버팀목 구실을 했던 국내 주택 부문도 미분양 물량이 지난해 3월 2만8,000가구에서 올해 4월 기준 5만3,800가구로 늘어났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미분양 물량이 5만가구 이내로 줄어들기 쉽지 않다”며 “지난해 분양됐던 물량이 입주를 시작하는 내년에는 미분양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옥석 가리기를 통한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메자닌 채권이란
메자닌 채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에서 비롯된 용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채권을 가리킨다. 전환사채(CB)·교환사채(EB)·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있다. CB는 발행사 주식으로의 전환권이, EB는 발행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할 권리가 부여된다. BW는 발행사의 신주를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함께 부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