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너지공기업 방만경영 메스...재무개선 치중 '속성 다이어트' 지적도

석탄공사 감산 통해 정리...석유·광물공사는 자산매각
한수원서 원전수출도 주도...가스 수입·도매 민간개방
"수익성만으로 평가땐 자원개발 퇴보" 조언도 잇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진행된다.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는 현재 해외에서 37개 자원탐사 사업, 54개의 자원개발 및 생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이 지난 정부 때 추진한 사업들이다. 무리한 사업을 벌이면서 이들 공기업의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정부는 이러한 부실 해외사업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민간에 넘길 수 있는 사업들은 넘겨 공기업들의 경영 효율화와 재무 건전성 제고를 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방안이 ‘속성 다이어트’에 맞춰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민간기업보다 역량이 앞선 공기업의 자원개발 역할 축소가 불러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 자산매각 중심의 대책 위주여서 앞으로 실행 과정에서 헐값 매각 시비가 불거질 개연성도 있다.

◇부실자산 매각 서두른다=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섰던 석유·광물·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현재 부채비율은 석유공사 453%, 가스공사 321%, 광물자원공사 6,905% 등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07년 64~228%였던 데 비해 크게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원개발 사업을 대폭 확대했지만 그 이후 에너지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재무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 앞으로 수년 내에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만큼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우선 자본잠식인 석탄공사에 대해 ‘정리’가 아닌 ‘단계적 감산’을 하겠다고 에둘렀다. 오는 2020년까지 실행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한 ‘석탄·연탄 관련 정부 보조금(지난해 기준 2,000억원 집행) 폐지’가 이뤄지면 석탄·연탄 가격 인상으로 수요가 줄어 연쇄적으로 생산감축이 불가피해지고 석탄공사는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석탄공사 정리에 광부 퇴직금, 부채 해결 등으로 총 2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하는 점은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방만경영의 낙인이 찍힌 석유·광물공사에 대해서는 비핵심자산 매각, 자원개발 기능 축소, 책임 사업부제 도입 등의 대책이 나왔다. 앞서 양사는 인력과 부서를 최대 30% 줄이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았는데 이달 말 양사의 최종 개편안이 발표되면 구조조정 작업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은 호주 바이롱 등 9개 해외광구의 지분을 매각하고 에너지 신산업과 대형 발전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가스 도입 등 민간 이관=이원화된 창구 등 비효율적 관행에도 메스가 가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국내에서 원전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원전수출에서도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는 대신 발전용 댐 관리 권한은 수자원공사에 넘기도록 했다. 중복 투자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한전의 광통신망 구축 사업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민간에 메기 역할을 기대한 조치도 발표됐다. △가스 직수입 및 도매 시장에 경쟁체제 도입 △전신주 관리 사업의 민간 이양 △원전설계 기능의 민간 개방 확대 등이다. 다만 이런 조치의 의미가 과대 포장됐다는 견해도 나온다. 독과점 체제에 균열이 가더라도 경쟁구도 자체가 쉽지 않아 공기업의 민영화 없이는 효과도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원개발 퇴보” 우려=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그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무구조 개선에 치우쳤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단순히 수익성만 놓고 자원개발의 성공 여부를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며 “정부가 자원개발에 점점 손을 떼는 마당에 민간이 나설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저유가 시기에 자원투자에 적극적인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감원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갈등 조율을 위한 종합대책이 중요하다”며 “특히 비핵심 업무의 외주화는 자칫 파견용역 같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안전기능 약화로 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개편안이 에너지 신산업 등에 대한 투자 및 고용 확대로 연결되도록 머리를 더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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