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통계청장
통계청장이 민간 연구소가 낸 연구 보고서에 대해 이례적인 비판에 나섰다. 통계청의 통계 지표에 대한 지적의 근거가 없다며 되레 연구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유 청장은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고 “(청년 고용과 관련해) 고용 보조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모 연구소에서 지적했는데 이는 국제 기준으로 봤을 때도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 고용보조지표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놓고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이 34.2%로 통계청이 발표한 공식실업률(8.0%)보다 현저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체감실업률과 공식 실업률을 차이를 줄이기 위해 고용보조지표에 ‘비자발적 비정규직’ 청년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청장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실업자는 취업을 희망하고, 가능하고, 구직활동을 다 했음에도 취업이 안 된 사람을 실업자로 정의한다”면서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을 실업자로 보자는 것인데 어떤 나라도 이 같은 기준도 없고 이런 기준으로 통계를 낸다면 국제적으로도 우스운 꼴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더해 “비자발적 비정규직은 이미 취업을 한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더 취업을 원한다고 실업자에 포함하자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을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통계청장이 취임했다. 유 청장은 “경제가 어려운데 연구자가 자극적인 보고서를 내서 왜곡된 정보를 보내면 안 된다”고 전했다.
유경준 청장은 현대연의 다른 보고서 두 건에 대해서도 반박에 나섰다. 현대연은 지난해 10월 체감 소비자물가와 상승률이 공식지표와 차이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대해 유 청장은 “현대연의 경기 인식 조사 방식이 성인남녀 806명을 상대로 피부로 느끼기에 물가와 고용 소득이 몇 % 정도 상승·하락할 것 같냐고 질문한 형태”라며 “이는 표본 오차가 상식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통계로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현대연이 지난 4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열정페이’ 청년이 전체 근로자에 17%에 달한다는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최저임금 비 적용자인 특수형태근로자, 가사 사용인 등 모두를 포괄해서 계산하는 등 통계 인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반화할 수 없는 통계에 기초해 최저임금 미만 청년 근로자를 열정페이로 명칭하고 규모를 산정하는 것은 부정확하고 타당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통계와 체감 지표가 동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5년마다 품목(481개)을 조정하는 물가 동향은 앞으로 3년 마다 조정하도록 추진할 것”이라며 “다양한 보조지표 등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춰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관급인 유 청장이 민간 연구소의 연구에 대해 공식적인 비판을 한 데 대해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