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진 국내전기차 시장

기아차·르노삼성·한국GM 등
올 5월까지 고작 640대 팔아
정부 보급 목표 20% 머물러
"충전 유료화 등이 성장 발목"

디젤차 파문에도 국내 전기차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정부가 당초 계획한 물량에 5분의1 수준에 그친 상태다.

반면 시장이 채 성숙되기도 전에 전기차 충전요금 유료화, 부족한 인프라 등 방해요인만 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640대다. 기아자동차 쏘울 EV가 235대로 가장 많았으며 르노삼성자동차 SM3 Z.E.(193대), 한국GM 스파크 EV(98대), BMW i3(68대) 등이 뒤를 이었다. 닛산 리프는 27대, 기아차 레이 EV는 19대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밝힌 올 전기차 보급 목표에 20%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전국 지자체 전기차 판매 목표를 8,000대로 잡았다. 한 달에 팔아야 하는 전기차만 670대꼴이지만 5개월 치 판매량이 이보다 적다.


상황이 이렇지만 환경부는 느긋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대차 아이오닉 전기차가 나오면 4,000대 이상 팔릴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3월 제주에서 열린 전기차엑스포에서 처음 공개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이달 정식 출고를 앞두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한 사전공모에서 최근까지 약 700대 계약이 이뤄졌다. 출고되지 않은 차는 아직 판매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본격 판매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올 시장 목표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4월부터 시행된 전기차 충전요금 유료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4월11일 오전9시부터 전국에 설치된 공공급속충전시설 충전요금을 유료로 바꿨다. 충전요금은 1kWh당 313.1원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용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국가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충전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완성차업체들은 “시장이 커지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충전요금이 유료로 바뀌면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완전히 충전하는 데 8,000원가량이 든다. 르노삼성 ‘Z.E.’도 완충하는 데 약 7,000원을 내야 한다. 아직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50㎞에 불과해 자주 충전해야 하고 충전시간도 30분 이상 걸린다. 여기에 유료화까지 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매력이 크게 낮아지는 셈이다.

높아지는 관심에 비해 전기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누적 전기차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한 상황에서 국내 전기차 인프라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