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부산경찰청
미분양 상가를 헐값에 사들인 뒤 매매가를 부풀려 제2금융권에서 수백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특가법상 사기 등)로 박모(42)씨 등 부동산 분양업자 7명과 전·현직 금융기관 직원 3명 등 22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하고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12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1명의 명의로 부산 수영구와 서구, 울산 남구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내 미분양 상가 80개를 사들인 뒤 실제 분양가 보다 3~4배 가량 부풀린 금액으로 서류를 구며 16개 제2금융권에서 531억7,0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이 과정에서 모 시중은행 전 직원 박모(42)씨는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직원을 소개해주고 1억2,000만원을 받아 챙겼고, 사기 대출에 편의를 제공해준 제2금융권의 김모(44) 부장은 4,100만원과 SM7 승용차를, 또 다른 제2 금융기관의 최모(46) 지점장은 220만원을 각각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명의를 빌려준 신모(57·여)씨 등 11명은 1인당 1,000만∼1,500만원을 챙겼다.
박씨 등은 또 신씨 등에게 가짜로 사업자 등록을 하게 해 부가세 12억원을 환급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경남에 있는 모 감정평가 법인의 배모(36) 차장은 박씨 등에게 실거래가보다 높게 감정평가서를 작성하고 직접 매매 계약서를 위조해 사기 대출에 가담, 52억 상당을 부정 대출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기관은 부실 채권율 과다로 결국 폐점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금융기관이 대출 심사시 실거래액(할인 분양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감정기관에 감정을 위탁하고, 감정기관에서는 미분양 상가에 대해 이전에 감정한 비교사례가 없어 주변 시세와 매매 계약서에만 의존하는 사정을 교묘히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등은 이를 토대로 부산 서구에서 미분양 상가 10개를 21억원에 분양받은 뒤 해당 구청 세무과에는 실거래가대로 신고하고, 같은 구청 토지관리과에는 애초 분양가(56억원)대로 신고해 부동산 등기부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올렸다.
취득세는 정상적으로 내면서 매매가를 부풀려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부서 간 정보공유가 안 돼 가능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무 업무와 토지관리 업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사기 대출 사건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제도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