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캡처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공화당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인 ‘올랜도 참사’를 계기로 분열하고 있다. 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속적인 인종·종교 차별을 일삼는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공화당 1인자 이자 최근 트럼프 지지 입장을 내놓은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난 발언을 공개로 성토한 데 이은 두 번째 비판으로 본선 승리를 위해 당의 통합과 지원이 절실한 트럼프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원칙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라이언 의장은 특히 “이 나라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철저한 보안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종교심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지금 급진 이슬람과 전쟁을 하는 것이지 일반 이슬람과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무슬림은 우리의 파트너이고, 이 나라와 전 세계의 대부분 무슬림은 온건하고 평화로우며 관대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과의 맞서 싸우는 데서 우리의 최상의 동맹이자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반 이민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트럼프와는 확연히 온도 차가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대테러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내가 당선되면 지금의 이 테러 위협을 어떻게 끝낼지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는 미국, 그리고 유럽과 우리 동맹에 대한 테러 역사를 가진 나라로부터는 이민(수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무슬림 입국 금지를 거듭 촉구하면서 “이민자들의 신원이 적절하고 완벽하게 검증될 때 (입국금지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트럼프가 ‘올랜도 참사’를 계기로 반이민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상황에서 라이언 의장이 공개로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양측 간 갈등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라이언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난 7일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난 발언을 일제히 문제 삼은 이후 그의 지지율이 주춤했다는 점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를 둘러싼 공화당의 이번 갈등 역시 대선판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