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급한데…파업 외치는 현대重 노조

"설비지원 분사 반대 파업 불사"
위원장 등 4명 삭발투쟁 결의
"합리적 대안 제시 외면" 비난

구조조정 급한데 삭발 나선 현대중 노조

현대중 노조 오늘 위원장등 4명 삭발투쟁 결의. “공장 점거와 파업 불사” 밝혀

고용부, 조선업 민관합동조사단 현장실사 시작. 고통 분담하며 합리적인 제안 꺼내야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에 대한 자구안의 본격적인 이행과 함께 정부의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기 위한 민관 합동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조선사 노조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어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대안 제시는 외면한 채 파업을 무기로 반대만 내세우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설비지원 부문 분사 반대 등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15일 울산 본사에서 조합원 퇴근시간에 맞춰 중앙집회를 열었다. 백형록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 4명이 삭발을 하면서 공장 일부를 점거해 출입을 막는 ‘옥쇄파업’이나 점거투쟁 등을 예고하며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였다.

노조 측은 “회사는 은행의 요구를 넘어서는 자구안으로 ‘비정규직 공장’을 만들려 한다”며 “회사가 추진하는 설비지원 부문 분사 목적이 직영 물량의 외주화이기 때문에 노조는 경영진 퇴진과 일자리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17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하는 등 파업절차를 밟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현재 설비지원 부문 990여명의 직원 가운데 40% 이상이 분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3∼14일 이틀간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총 6,980명 가운데 6,127명이 투표에 참여, 85%(5,207명)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노조는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회사와 채권단이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 체계를 구성한다면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구조조정의 장애물로 작용해 오히려 정상화로 가는 과정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불안과 수입감소에 대한 우려는 당연할 수 있지만 진정성 있는 교섭은 없이 갈등과 반목을 이야기시키는 전근대적인 파업 카드를 꺼내는 방식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 공멸할 수 있는 비상사태에서 조합원들에게 미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노조도 같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수용할 수 있는 제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거제시청에서 민관합동조사단 합동간담회를 열고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16일에는 울산, 20일에는 영암 지역에서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협력사 근로자들에 대해 우선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으면서도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정하는 과정에 있어 노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울산=장지승기자·세종=황정원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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