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성년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사건의 첫 심리에 출석했던 신 총괄회장은 법정에서 중증 치매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정 안에서 신 총괄회장의 모습을 지켜본 다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재판 내내 “여기가 어디냐”고 반복해서 물었다. 변호사 등이 “법원”이라고 알려주면 “법무부? 법무부에 왜 왔지” 등 엉뚱한 말을 하기도 했다. 법원이라는 말을 알아들었을 때도 어떠한 내용의 재판이 진행 중인지 모르는 듯 “왜 법원에 왔느냐”고 되물었다. 측근이 “신정숙씨가 회장님 성년후견 지정 신청을 내서 왔다”고 설명하자 신 총괄회장은 “신정숙은 내 동생인데 그 애가 그럴 리 없는데”라며 짧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당시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고 신 총괄회장은 재판 전후로 언론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다만 신 총괄회장 측 대리인이 ‘회장님이 법정에서 자신의 판단력은 50대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사실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증거로 회자됐다.
하지만 재판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이 법정에서 질문을 받지 않았는데도 “(나의) 판단력은 50대와 같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해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줬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법조계에서는 그가 13일 서울대병원에서 언급했다는 “혐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발언에도 의구심을 두고 있다.
롯데그룹 수사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수사 핵심에 올려두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비리 의혹에 관여됐다는 정황도 속속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에 대한 수사와 비리 규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신 총괄회장의 조사 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최대한 객관적인 혐의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14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 “과거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신 총괄회장 정신 감정을 해달라”는 내용의 촉탁서를 보냈다. 신 총괄회장이 입원 감정을 선택하지 않는 한 정신 감정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