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의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직원들이 15일 새벽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에서 압수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땅 사랑은 재계 안팎에 익히 알려져 있다.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가 예정대로 상장하면 부동산 재평가를 통해서만 5조원대의 시가총액을 늘릴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을 정도다. 롯데건설의 유성기업 부동산 매매를 비롯한 롯데 계열사들의 ‘그들만의 거래’는 롯데의 독특한 기업문화에다 폐쇄적이고 복잡한 지배구조가 결합한 결과라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 같은 계열사 간 부당 부동산 거래에 배임이나 횡령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결국 수사를 통해 롯데의 지배구조와 기업 문화까지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감시 사각지대서 오너가 부동산 거래=서미경씨는 현재 롯데쇼핑 등 계열사 지분 일부를 보유한 것 외에 롯데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딸 신유미씨 역시 호텔롯데 고문이지만 롯데는 물론 재계 전체에서도 신원이 크게 드러나 있지 않다. 아울러 이들이 보유한 유원실업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롯데건설이 서미경씨 소유의 반포동 부동산을 샀다가 2012년 되파는 과정 역시 당시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전자공시시스템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 따로 신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롯데건설과 유원실업은 법상 특수관계인이 아니라서다. 서씨나 딸 신씨와의 거래는 특수관계인과의 자산거래로 공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거래 대상이 법인이면 실제 소유가 오너 일가라도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롯데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원한다면 이 같은 빈틈을 이용해 오너 일가의 부동산을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사고팔 수 있었다는 뜻이다.
특히 이 같은 거래는 외부 고발이나 사정 당국의 자체인지가 없다면 거래 실체를 파악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은 다만 유원실업이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조사 결과를 공정위에서 넘겨받으면서 부동산 거래 역시 인지해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계열사들의 부동산 거래가 실제 사업 필요성과 무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롯데건설은 2002년 서씨 소유의 미성빌딩을 매입한 후에도 별도로 건물을 활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빌딩의 4층은 예전부터 유원실업이 별도의 상호나 간판을 걸지 않고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 같은 자산거래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임을 수사의 주요 갈래로 잡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자산거래에서 롯데의 드러나지 않은 지배구조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현재 파악하는 이상의 지배구조가 있는지는 수시로 확인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 계열사들, 신격호와 651억원 부동산 거래=롯데 계열사들은 신 총괄회장과 10여차례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시세차익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롯데칠성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신 총괄회장의 소유 부동산 11건을 651억원에 매입했다.
롯데칠성은 2002년 9월 충북 충주시 목행동 1만732㎡ 부지를 10억원에, 10월 경기 오산시 부산동 2,950㎡ 부지를 8억여원에 매입했다. 롯데제과는 충북 충주 목행동 부지를 7억원, 경기 오산 부산동 부지를 11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롯데제과는 2000년 9월 경기 평택시 진위면의 1,454㎡ 규모 부지를 73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롯데상사는 2008년 8월 인천 계양구 목상동 166만7,392㎡ 땅을 사면서 신 총괄회장에게 505억원을 지급했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시작된 계열사 간 수상한 토지 거래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2007년 12월 경기 오산시 부산동 토지 10만2,399㎡를 롯데장학재단에 기부했는데 롯데쇼핑이 곧바로 이 땅을 1,030억원에 매입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거둬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흥록·진동영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