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테러 직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온라인 상에서 전쟁을 선포한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 어나니머스에 소속된 한 해커가 음란물을 이용해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전’을 펼치고 있다. /출처=구글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 소속 한 해커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전(戰)’을 벌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 소프트피디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와출라고스트(Wauchula Ghost)’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어나니머스 회원이 IS 열성 지지자 수백 명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한 후 여성 누드 사진 등으로 도배하는 ‘사이버 포르노전’을 2개월째 벌여왔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IS가 음란물을 엄격히 금기시하는 것을 이용, 이들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노출하려는 의도다.
특히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올랜도 총격 참사를 저지른 오마르 마틴이 범행 직전 IS에 충성맹세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사이버 전’은 강도가 더욱 세졌다.
그에게 해킹을 당한 160명가량의 IS 지지자 트위터 계정에서는 서구에 맞선 IS 활동과 폭력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메시지 대신 여성 누드 사진들을 트윗한 것으로 드러났다.
와출라 고스트는 WP에 “‘다에시(Daesh. IS의 아랍어 약자)’가 일반적으로 여성과 포르노를 싫어한다”며 “그런 자들을 조롱하고 온라인에서 그들의 존재감을 줄이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포르노물을 트윗함으로써 IS 신규 조직원 모집책의 주장을 희석하고 SNS에서 추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 정부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정부는 소셜미디어상에서 충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IS에게 참수당한 사진이 온라인에 돌아다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정부는 어린이들이 흉측한 사진을 보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IS는 조직원 신규충원과 활동의 정당성 선전을 위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이용해왔다.
실제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13일 기자회견에서 “오마르 마틴도 인터넷을 통해 급진화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음란물을 통한 사이버 전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대 부설 ‘기술 정책 연구소(TPL)’의 공동 창설자 라이언 켈러 교수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테러 조직원 모집 네트워크를 폐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트위터에 음란물을 올리는 것은 이슬람교도에게 종교적으로 모욕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절대다수 무슬림이 테러범이 아니고 그런 포르노물과 관계없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나니머스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직후 IS와 전쟁을 선포하고 IS 조직원 트위터 계정 5,500개 이상을 폐쇄하는 등 IS를 상대로 공격을 진행했다.
/김진희인턴기자 jh694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