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바이오산업에 제대로 된 지원부터

산업부 김영필기자

“한국의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은 사실 어렵겠지요.”

대형 바이오 업체 A사 관계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금융중심지 사업도 사실상 실패했다.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바이오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것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솔직하면서도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정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기자는 지난 6~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6 바이오인터내셔널 컨벤션’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행사장을 다니며 느낀 것은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의약품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 CMO는 단순 하청 개념이 아닌 별도의 독자산업으로 커가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듯 CMO는 마케팅 및 판매, 신약 연구개발과 동등한 3대 분야로 가는 추세다. 복제약도 그랬다. 셀트리온을 찾는 글로벌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의 눈은 확연히 달라졌다.


정부는 어떨까. 올해 초 보건복지부는 바이오헬스케어 세계 7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인터내셔널’ 행사에서도 관련 부처와 유관기관이 모두 나와 우리 기업을 도왔다.

하지만 현장의 느낌은 다르다. 바이오클러스터 성공을 위한 외국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혜택은 아직 먼 얘기처럼 들린다. 부처 이기주의도 여전하다. 해외행사에서도 소관부처를 따지며 ‘따로국밥’ 행사관을 만들고 국내 바이오기업 관계자를 초청하는 ‘코리아 나이트’도 별도로 연다.

“왜 바이오에만 혜택을 주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이 바이오에서 성공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오는 2024년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약 3,000조원)은 반도체와 자동차·화학을 합친 것보다 커진다. 우리가 경부고속도로를 닦을 때, 조선소와 제철소를 만들 때 한결같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평가가 넘쳐났다. 지금은 어떤가. 당시 정부의 파격 지원과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바이오산업도 대대적인 지원을 고민할 시기다. 금융중심지에서 보듯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도 쉽지 않다. 잘 키운 산업 하나가 20~30년 뒤에는 대한민국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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