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오송역 효과와 할인제도 폐지에 따른 간접적인 요금인상으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돌아서서 미소를 짓고 있다. 3년 연속 1,000억원대의 영업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일반 여객이나 물류 등의 적자를 KTX의 대규모 이익으로만 메우려 해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오송역 KTX 이용객은 올해(1∼5월) 하루 평균 1만597명에 달했다. 이는 2014년 6,305명, 2015년 9,128명과 비교할 때 상당히 빠른 증가세다. KTX 운행 이익이 2014년 6,289억원에서 지난해 7,052억원으로 12%나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흑자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시는 지난해 말 정부 부처 이전 3단계가 끝나면서 36개 중앙행정기관과 14개 국책연구기관에서 1만8,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국민안전처 등 4단계 이전이 진행 중이어서 오송역 수요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또 하나 코레일의 실적 개선 요인은 할인제도 개편을 통한 요금인상 효과다. 코레일은 2014년 8월부터 주중할인(7%)과 역방향할인(5%)을 폐지했다. 또 2013년에는 이용금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제도를 없애고 할인쿠폰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할인쿠폰 사용기간(3개월)이 지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승객이 허다하다. 승차 이틀 전에 최대 30%까지 할인해주는 ‘파격가 할인’ 제도도 운영하지만 정작 예매 가능일인 탑승 한 달 전에도 주요 구간의 절반 이상은 표를 구할 수 없다.
그 결과 승객 1인당 할인금액은 2013년 1만4,306원에서 2014년 1만1,232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 할인액은 262억원에서 170억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코레일은 KTX 이익을 토대로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1,000억원대의 흑자를 내면서 만성적자에서 벗어났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86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레일의 자구노력보다는 정부청사이전과 할인제도 축소에 따른 이득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부채감축 압박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마을호·무궁화호 같은 일반여객(-3,615억원)과 물류(-2,259억원) 적자를 메우기 위해 KTX 이익 확대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그 덕에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2014년 E등급에서 2015년 B등급으로 상승했고 기관장 연봉도 같은 기간 1억409만원에서 1억8,491만원으로 77.6%나 급증했다. 익명의 한 철도전문가는 “코레일은 공익성과 수익성을 둘 다 좇아야 하는 입장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KTX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기보다 경영개선과 합리화에 더 고삐를 조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