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기업 구조조정 쇼크로 조선 관련 하청·협력업체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힘 없고 백 없는 임시직·일용직 노동자나 협력업체 직원 수만명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국가재정법 38조에도 추경의 요건으로 대량실업을 적시해놓았다. 문제는 약발이다. 28조원이나 쏟아부었던 2009년도, 17조원이 투입된 2013년도 반짝 효과에 그쳤다. 지난해 역시 11조 원 넘게 들어갔지만 성장률은 고작 2.6%였다. 추경이 원래 목적대로 쓰이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와 가뭄 대응을 위해 편성됐지만 철도 복선화, 민자고속도로 토지 매입비 등으로 예산이 새나갔다. 효과는 없이 국민 부담만 잔뜩 늘린 꼴이다.
이러한 추경이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럼에도 꼭 해야 한다면 전제가 필요하다. 추경 목표를 명확히 하고 대상과 기준을 세분화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 충격 완화라는 두리뭉실한 표현 대신 중소 협력업체 실업대책, 수주지원같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예전처럼 효과는 없고 재정 건전성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추경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보완하고 당초 의도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집행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2년 전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