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품에 탑재되는 모든 소리가 만들어지는 사운드랩에서 ‘사운드 디자이너’ 윤중삼 수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의 ‘사운드 디자이너’ 윤중삼 수석이 무향실 소리 테스트를 위해 완성된 효과음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룸
알람으로도 익숙한 ‘갤럭시S2’부터 탑재된 삼성전자의 시그니처 벨소리 ‘오버 더 호라이즌’을 작곡한 사람은 누굴까. 바로 국내 1세대 ‘사운드 디자이너’인 삼성전자의 윤중삼 수석이 그 주인공이다. 15일 삼성 블로그에 따르면 윤 수석은 스마트폰 들어가는 벨소리와 알림음, 통화 연결음, 카메라 셔터음 등 100여 가지 소리뿐 아니라 냉장고·에어컨·의료기기 등 다양한 삼성 제품의 소리를 디자인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작곡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삼성 갤럭시가 처음 개발될 당시 소리만 듣고도 제품을 떠올릴 수 있는 고유의 사운드가 필요했다”며 “이를 위해 유럽·북미·아시아 등 세계 각국 소비자 9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미래지향성, 혁신성, 새로움, 창의성, 긍정성’이라는 5개의 키워드를 뽑았다”고 전한다. 이후 그는 키워드들을 연상시키는 수백 가지의 멜로디를 작곡했고 최종 3개의 후보를 선별해 현재의 ‘오버 더 호라이즌’이 탄생하게 됐다.
윤 수석이 제작에 참여한 휴대폰 벨소리만 100여곡이 넘는다. 그는 “나라별 사람들의 특성에 맞는 소리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며 “벨소리의 경우 미주·유럽·아시아 등지로 나눠 지역별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소리를 선별한 후 모두 다르게 디자인하는데 인도에 출시되는 휴대폰 소리를 만들 때는 일주일 내내 인도 음악만 들었던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소리’에 대한 관심과 이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음악적 기량도 중요하겠지만 평소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소리, 노트북을 타이핑하는 소리 등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듣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의 훈련 덕분인지 이제는 소리만 듣고도 구두 앞굽으로 걷는지, 뒷굽으로 걷는지 구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04년 그가 처음 삼성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모바일 사운드 디자이너는 상당히 생소한 직업이었다. 회사 내에서도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는 먼저 사내에 사운드 디자인팀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윤 수석은 “MP3 형태로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직접 만들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 세계 삼성 임직원에게 보냈다”며 “1집 마지막 트랙에는 사운드 디자인팀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구구절절 멘트까지 녹음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캐럴 앨범은 지금까지 10년 동안 10개가 제작되면서 어느새 팀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목표는 삼성 제품의 소리가 기능음의 수준에서 애청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에서 세탁 종료 후 나는 소리만 듣고도 세탁이 끝났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깨끗한 빨래’의 이미지가 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앞을 볼 수 없는 분들이 진동과 같은 기능을 통해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사운드 작업은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소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