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트렌드 읽기] 지속 가능한 미디어를 위한 4가지 조언

①플랫폼, 뉴스 소비의 창구로 활용하라
②차별화된 뉴스만이 살길이다
③독자에게 소통을 허하라
④지면에 디지털의 개념을 더하라

12~14일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WEF)과 세계 뉴스 미디어 총회(WAN)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르몽드 등 모바일 혁신에 성공한 정통 매체부터 복스(Vox), 리파이너리29(Refinery29) 등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쏟아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주요 코멘트 중 국내 매체에 시사점을 줄만한 조언들을 모아봤습니다.

‘소셜미디어, 메시징앱, 검색포털 등 뉴스 유통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은 미디어의 적인가 동지인가’

이번 포럼 전 행사를 통틀어 숱하게 거론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브라질 내 8개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RBS Grupo의 앤디아라 페트렐(Andiara Petterle) 부사장은 각 매체의 규모와 목적에 맞게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대담 영상 다시 보기“(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글로벌 매체는 전 세계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창구로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무료 콘텐츠를 제공해도 되지만 우리는 브라질 내에서만 유통되는 로컬 신문사다. 디지털·온라인 광고로도 돈을 버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모든 플랫폼을 시도해보고 그 중에 계속 사용할 플랫폼과 버릴 플랫폼이 무엇인지를 가려낸다. 그리고 새로운 칼럼니스트 홍보나 디지털 유료 구독의 창구로 활용한다. 우리는 무료 콘텐츠가 하나도 없다. 가입 전에 5개 무료 콘텐츠를 보여주고 가입을 하면 10개를 더 보여준다. 그 이후엔 돈을 지불해야 한다. 페이스북에서는 독자들을 위해 인스턴트 아티클로 전환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이건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올 초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한 캐나다 라프레스, 360도 영상 저널리즘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USA투데이 등 다양한 디지털 전략이 소개된 가운데 새로운 대주주를 맞은 이후 내홍을 겪었던 르몽드의 디지털 전환 성공 사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르몽드는 여전히 수익의 80%가 신문에서 발생하지만 세분화된 디지털 유료 구독 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고 합니다. 루이 드레이퓌스 발행인은 “로믕드에선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경쟁사 대부분은 인력을 줄이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기자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차별화된, 질 높은 콘텐트만이 살 길이다. 편집국은 끊임없이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디지털 전략에 맞춰 뉴스룸을 꾸몄을 때 ‘회의 공간’을 중앙에 만든 이유다. 기자들이 틀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는 텍스트 기사에서 동영상 기사로 전환하기 위해 분투 중이고 우리만의 동영상은 어떤 스타일로 제작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이밖에 “1년전 르몽드는 오전 8시에 ‘모닝 에디션’을 제공하는 앱을 별도로 출시했다”며 독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포맷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미디어들이 디지털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하기에 앞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브랜드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독자의 신뢰입니다. 독자들이 매체를 신뢰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는 무엇일까요. 그렉 바버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뉴스 프로젝트 담당 이사는 ‘댓글’이라고 말합니다. ▶강연 영상 다시보기“코멘트를 달고, 코멘트를 읽는 독자들은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이다. 내부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로 디지털 유료 구독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독자를 분석하고 그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해라. 독자들이 관여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현재 워싱턴포스트는 이 일환으로 독자들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코랄 프로젝트(the Coral Project)를 추진중입니다. 코랄 프로젝트는 독자들의 댓글을 분석하고(Trust), 독자들에게 질문하고(Ask), 저널리스트와 독자가 소통하는(Talk) 프로그램입니다. Ask 프로그램의 경우 다음달 오픈 소스로 공개돼 모든 언론사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형화된 신문 디자인을 버려라. 신문이 홈페이지를, 모바일 페이지를 닮아갈 수 있다.’

종이신문부터 데스크톱,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까지 뉴스를 소비할 수 있는 도구는 무궁무진합니다. 미디어 컨설팅사 가르시아 미디어를 이끄는 마리오 가르시아 박사는 뉴스를 소비하는 도구를 ‘미디어 퀸텟(미디어 5중주)’이라고 부릅니다. 5가지 악기가 제 역할을 하듯 지면, 홈페이지, 모바일 모두 제 역할을 하되 중요한 것은 디자인의 장벽을 허물어 완벽한 화음을 이뤄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지면을 왜 홈페이지나 모바일 페이지처럼 만들면 안 되는 것인지, 홈페이지 기사 하나 하나를 모두 신문 1면 만들듯 할 수는 없는지 반문합니다. ▶강연 영상 다시보기“파나마 페이퍼 보도 당시 가디언 신문 지면을 기억하는가. 평소 가디언은 파란색이지만 이날은 노란색으로 바꿨다. 이런 시도가 지면의 가치를 만든다. 왜 신문 지면은 틀에 박힌 디자인에 머물러야 하나. 디지털의 개념을 프린트에 적용하라. 기사는 디지털로 먼저 읽더라도 디자인과 가치를 더한 지면 신문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만족을 준다.”



/카르타헤나(콜롬비아)=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서울경제신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세계편집인포럼(WEF) 및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 Congress)에 참가했습니다. 주요 강연과 대담은 트위터(@sedaily_com), 페리스코프(@sedaily_com)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