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떠오르는 투자처로 꼽혔던 중남미 자원부국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와 정치 혼란으로 매력을 잃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천연자원 가격 하락으로 성장률이 뒷걸음치면서 정국마저 불안해지자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길도 급격히 위축됐다.
15일(현지시간) 라틴아메리카ㆍ카리브해경제위원회(ECLAC)는 지난해 중남미 지역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전년보다 9.1% 감소한 1,791억달러(약 210조843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이는 천연자원에 대한 투자수요가 줄어든데다 역내 국가들의 경기도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라고 ECLAC는 분석했다.
특히 경제 못지않게 브라질·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등 주요 국가들의 극심한 정국 혼란도 투자가들이 등을 돌리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에도 중남미와 대조적으로 미국과 신흥국 시장에 유입된 글로벌 FDI 규모는 같은 기간 36%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경우 2014년 FDI 규모가 968억9,000만달러에 달했지만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의 부패 스캔들이 터져 나온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3% 급감한 750억7,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계속된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콜롬비아 역시 2014년 163억2,500만달러였던 FDI가 지난해에는 121억800만달러로 26%나 줄었으며 우루과이도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가 25% 감소했다.
도시 곳곳에서 식량 약탈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민생·치안 불안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지난해 153% 급증했지만 이는 2013년 21억8,800만달러였던 FDI가 이듬해 3억2,000만달러로 곤두박질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아르헨티나 또한 FDI가 130% 급증했지만 이는 순수한 외국인 투자 증가라기보다 석유업체 YPF 국영화에 따른 투자비 회수 때문이다.
반면 중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경제규모가 큰 멕시코는 같은 기간 FDI가 256억7,000만달러에서 302억8,000만달러로 18% 증가했다. 멕시코의 경우 브라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천연자원 의존도가 낮은데다 정치적 불안요소가 없다는 점이 외국인투자가를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중남미 지역의 최대 투자국은 미국으로 전체 FDI의 25.9%를 차지했으며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뒤를 이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