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화 검토할 만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노사 양측은 예상과 달리 내년 최저임금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노측은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사측은 올해 수준에서 동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논의에서의 핵심은 물론 인상률이지만 동시에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화도 어느 때보다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화는 이를 반대하는 노측이나 찬성하는 사측 모두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 차등화가 그러잖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인 최저임금을 낮춰 저임금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노측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실업자 양산이 예상되는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차등화는 검토해볼 만하다. 거제시가 최근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서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청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 단일 최저임금은 각 업종의 특성과 업종 간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운수업의 시간당 부가가치노동생산성 증가율은 7.9%인 반면 건설업은 -0.4%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영사정이 어려운 업종은 최저임금이 큰 부담으로 다가와 일자리부터 줄일 것이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도 2014년 지역 간 임금수준 격차가 30%까지 나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조치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물가 때문에 대도시와 농어촌의 생계비 차이가 큰 만큼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게 타당하다.

이번 최저임금 논의에서 추가로 검토해볼 만한 사항은 연령별 차등화다. 고령자가 많은 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올라갈수록 고령자 고용을 꺼릴 수 있다. 아파트 경비원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들은 일자리만 있다면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면서도 일하고 싶어한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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