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일해도 71만원…저임금 굴레 못벗어

[비상구 없는 '사회 밑단’ 하청 청년]
< 상 >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비정규직

스크린도어 수리 중 열차에 치여 생을 달리한 김모(19)씨를 추모하는 쪽지들이 붙어 있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연합뉴스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군은 위험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일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청년들의 자화상을 대변한다.

하루 많게는 12시간이 넘는 노동을 하면서도 이들의 평균 임금은 최저임금(6,030원)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최소한의 생계도 꾸려가기 힘든 현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발표한 ‘청년 열정페이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비정규직 청년의 시간당 임금(2015년 8월 기준)은 4,515원이다. 같은 또래 정규직 청년(1만741원)의 42% 수준에 불과하다. 월 평균 임금으로 치면 71만원으로 정규직(185만원)의 38.1%다. 사회의 밑단에서 온갖 잡무와 노동을 강요받는 하청 노동자가 그들이다.

하루 12시간 근무 시급 4,515원

투잡·쓰리잡해도 생계 불안정




한 건설업체의 1차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종명(27·가명)씨는 “2·3차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나보다 3∼4시간을 더 일해도 임금이 적어 투잡·스리잡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겸 노무사는 “기술이 하나의 ‘스펙’처럼 자리 잡은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특성상 저임금·장기노동은 하청 청년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저임금의 굴레 속에서 잇단 산업재해로 인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올 들어 평택의 한 화학업체에 갓 입사한 20대 청년은 공장배관설비를 보수하던 중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4년 실시한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하청 노동자가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보건조치 없이 작업한 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사각지대서 잡무 시달려

경제 사정에 비자발적 선택 비율 높아

고등학교 졸업 후 올 3월 경기도 용인의 한 중소 제조업체에 취직한 정여울(20·가명)씨. 그의 꿈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생산라인의 팀장이 되는 것이다. 그는 “당장 ‘내일’을 살 수 있는 돈을 벌려면 대학에 진학해서 더 나은 삶을 사는 꿈보다 취직이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정규노동센터가 펴낸 ‘비정규 청년 현황 고용 실태’에 따르면 현재의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비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답한 비율이 52.3%에 달했다. 그들이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택한 이유로는 ‘정규직 자리를 찾기 쉽지 않아서’가 40.8%로 가장 많았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경제적 사정 때문에’가 32.9%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취업률 목매는 학교 등도 한몫



청년, 특히 고졸 청년들이 사회 밑단에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을 하는 데는 안정적 직장보다 취업률에 목매는 학교와 교육당국의 태도도 일조하고 있다. 전라남도 목포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다솔(24·가명)씨는 “취업 후 1년도 안 돼 회사에서 사직하라고 압박을 줬고 학교 측에 하소연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교사는 “학교 임원들의 성과급 평가 기준에 취업률이 큰 요인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학교보다 갑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호·정수현기자 김인경인턴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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