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만의 경영방식

그는 억만장자다(그의 주장만큼 부자가 아닐 수도 있다). 부채는 싫어한다고 말한다(그러나 그의 카지노기업은 부채로 파산했다). 그는 언론의 관심을 갈망한다(그러면서도 곧바로 언론사를 제소한다). 트럼프의 과거 이력을 통해 그의 미래를 전망해 보자.

1990년 애틀랜틱 시티의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 개장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그는 카지노 중심지인 트럼프 타지마할을 ‘세계 8대 불가사의’로 홍보했다. 그리고 그후 카지노를 자신의 상장기업인 트럼프 호텔에 매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가 내세우는 강점은 단순하다. 그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자신은 세계 엘리트 기업인 중 한 명이고, 따라서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작년 6월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Trump Tower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다가 대통령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시 트럼프는 돈을 주고 동원한 청중이 가득한 현장에서,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유명인사로서 40년 간 쌓아온 자신의 경력을 집중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언론 헤드라인은 ‘멕시코 이민자 출신들은 강간범’이라고 한 그의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같은 책을 저술한 리더가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며 1987년 출판된 자신의 베스트셀러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후에도 트럼프다운 행보가 이어졌다. 그는 재무제표를 흔들며 자신의 자산이 100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고 자랑을 했다. 그는 그 정도 수준의 부를 축적하는 재능이야말로 “바로 이 나라에 필요한 사고방식”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상당수 유권자가 그의 주장을 신뢰하며, 기존 정치권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예상을 깨고 유력한 공화당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역주: 그는 테드 크루즈 경선후보가 사퇴하며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공직 경험이 전무하고, 이번처럼 선거운동 막판에 가서야 당내 선두주자로 나선 후보는, 지난 1940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Franklin D. Roosevelt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변호사 출신 기업인 웬델 윌키 Wendell Willkie 이후 트럼프가 처음이다.

트럼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경영 감각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작년 말 진행된 블룸버그 Bloomberg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73%가 이 부동산 거물은 “일 처리를 할 줄 안다”고 응답했다. 이 문제에 대해선 경쟁 후보들을 크게 따돌린 셈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실제로 어떤 기업인일까? 대중에게 노출된 지는 수십 년째이지만, 올해 69세인 트럼프는 실제 기업인이라기보단 텔레비전에서 기업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유명 인사였던 트럼프가 완전히 특급스타로 떠오른 데에는, 그가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The Apprentice’와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 The Celebrity Apprentice’(2004년에서 2015년까지 14개 시즌이 방영됐다)의 진행을 맡았던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실제 기업인으로서의 이미지는 자신의 매력과 도널드 트럼프 브랜드의 ‘마법’을 홍보하는 데 집착하는 그의 태도 때문에 더욱 불분명해졌다. 트럼프는 미심쩍은 벤처기업 다수에게 자신의 이름을 빌려줬고, 그런 사실은 지난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Mitt Romney 등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롬니는 지난 3월 연설에서 “트럼프 항공(Trump Airlines)이나 트럼프 대학(Trump University)은 어떻게 됐냐”며 트럼프를 공격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매거진 Trump Magazine, 트럼프 보드카 Trump Vodka, 트럼프 스테이크 Trump Steaks에 트럼프 대출(Trump Mortgage)까지 있다”며 “기업 경영의 천재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그가 수십 년 간의 커리어에서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는 끝없이 추락하다가도 예전보다 훨씬 더 부유하게 재기를 하곤 했다(그리고 부를 과장해 훨씬 더 크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떻게 부를 축적했을까? 사실 TV 방송이나 스테이크 브랜드 로열티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그보단 주로 그의 성장배경이 된 부동산 사업 덕분이었다. 시장 호황으로 트럼프가 보유한 주요 부동산 자산 가치는 크게 증가했다. 그는 남들이 간과하는 평범한 사업 부문에서도 수익을 냈는데, 바로 다른 개발업자들의 부동산 개발 · 관리를 감독하는 일이었다. 그는 최근 자산운용사 콜로니 캐피털 Colony Capital과 함께 워싱턴 D.C.의 역사적 유물인 구 우체국(Old Post Office) 건물을 럭셔리한 호텔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를 감독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업에서도 팀 규모를 최소화하고 직접 전략적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장되게 풍자되는 트럼프의 캐리커처도 있는데, 그건 실제 모습이다. 그는 멕시코 국경에 50피트(약 15미터) 높이의 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을 멕시코에게 부담시키겠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임신 중절수술을 한 여성에 대해 “일종의 처벌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보수 진보 세력 모두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산 상품에 대한 45% 관세 도입을 주장했다가, 단순히 협박성 발언이었다고 철회하기도 했다. 3월 말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제안했을 땐 예측 불가능한 북한조차 당황했을 정도였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터무니없고 비논리적” 이라고 비판을 했다. 그러나 만화 같은 모습이 그를 말해주는 전부는 아니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최종 지명을 향해 전진하는 가운데, 그가 대통령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 가늠해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날로 과열되고 있는 선거 운동을 제쳐두고, 그의 기업 경영 이력을 면밀히 검토해보는 것이다(본 기사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직접 밝힌 자신의 이력과 미국 경제에 대한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세계의 리더로서,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이끌 계획인가?

포춘은 ‘트럼프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의 두드러진 5가지 특징을 선정했다.




Ⅰ. 그는 언제나 자신을 우선시한다
기복이 심했던 트럼프의 이력을 통틀어, 의사결정 과정의 핵심 요소를 4단어로 축약하면 ‘언제나 트럼프가 우선이다(Trump always comes first)’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거래에서든 트럼프는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수익 창출보다 앞선다-는 바로 보스가 되는 것과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라는 브랜드를 그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다.

자신의 이름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는 데 집착한 나머지, 그는 때때로 주주들은 물론, 본인에게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한 때 측근이었던 한 인사가 “언론에서 자신의 이름이 칭송되는 걸 보는 게 삶의 이유”라고 밝힐 정도다. 그는 “언론의 관심과 좋은 거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아마 막상막하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의 자부심이 판단력을 흐린 대표적인 사건은 애틀랜틱 시티 Atlantic City (*역주: 뉴저지 주에 위치한 유명 카지노 휴양도시)에서 벌어졌다. 1995년 중반 트럼프는 상장기업 ‘트럼프 호텔 앤드 카지노 리조트 Trump Hotels & Casino Resorts’를 설립했다. 이 지주 회사는 원래 도박 천국(애틀랜틱 시티)에 있는 카지노 ‘트럼프 플라자 Trump Plaza’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후 트럼프 타지마할 Trump Taj Mahal과 트럼프 캐슬 Trump‘s Castle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호텔은 거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부채 문제는 이후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리고 1996년 말, 고전하던 트럼프 호텔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만한 제안을 받았다. 하드록 Hard Rock 체인을 소유한 랭크 그룹 The Rank Group이 고전하던 트럼프 호텔의 운명을 바꿀 만한 투자를 트럼프 캐슬에 제안한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타지마할에 하드록 카페 Hard Rock Cafe를 막 개업한 랭크는 트럼프 캐슬 지분 50%를 3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의 매입가보다 1억 8,000만 달러나 더 쳐준 셈이었다. 랭크는 해당 시설을 하드록 브랜드로 재단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거래 막바지에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이 건물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하드록 트럼프 마리나 지점(Hard Rock at Trump‘s Marina)으로 명명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랭크는 거래를 포기했고, 이후 트럼프 호텔 주가는 계속 폭락했다. 트럼프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랭크와의 협상에 대해선 기억하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부동산 매각을 좋아하지 않는데,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빌딩이라면 특히 더 그랬다. 1994년에 있었던 일화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트럼프는 허드슨 강변에 자리잡은 개발지역인 리버사이드 사우스 Riverside South를 홍콩 출신 업자들에 매각하면서 상당한 부채를 청산했다. 그럼에도 파트너 계약을 통해 지분 30%는 지켰다. 이후 10년 동안 트럼프는 맨해튼 서부 지역 전반에 자신의 로고를 전파할 목적으로,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 아파트 건물 몇 채의 건설을 관리 감독했다. 그러나 2005년 지배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들이 지분을 매각, 그 대금으

로 트럼프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고층 건물 두 채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맨해튼 소재 애비뉴 오브 아메리카스 Avenue of the Americas 1290번지와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스트리트 California Street 555번지였다.

트럼프는 이 건물들의 매입을 반대했고, 계약 성사를 막기 위해 파트너들을 제소했다. 트럼프 이름을 넣어 개발하면, 파트너들이 매각 합의한 금액보다 10억 달러 이상 더 지분 가치가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는 이 계약 덕분에 훗날 큰 수익을 볼 수 있었다. 2007년 부동산 투자기업 보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 Vornado Realty Trust가 두 건물에 대한 파트너들의 지분을 26억 달러나 주고 인수했고, 그에 따라 동업관계를 유지한 트럼프 지분의 가치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Ⅱ. 그는 자신의 부를 널리 알리고 싶어한다
트럼프는 개인 재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숫자 자체만 말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몇 년 전 녹취된 증언에서, 자신의 계산법은 그 날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힌 바 있다.

소득 신고서를 공개한 적이 없어 그의 자산을 전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린 트럼프 제국의 규모가 과장됐다는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는 작년 7월 15일 연방선거위원회(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개인재산신고서(personal financial disclosure)를 제출했다. 이후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금일 부로 트럼프의 순자산이 100억 달러(강조 표시는 트럼프가 직접 한 것이다)를 넘어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자료는 ‘배당금, 자본이익, 임대료, 로열티를 포함하지 않은’ 2014년 트럼프의 소득이 3억 6,200만 달러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92쪽에 달하는 해당 문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3억 6,200만 달러라는 금액은 소득(income)이 아닌 매출(revenue)인 것으로 드러났다(비용을 제하지 않은 수치였다).

트럼프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인이라면 매출과 소득의 차이 정도는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증거는 문서 안에 있다. 공개된 매출을 근거로 보면, 그의 순자산이 100억 달러 이상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세부사항을 따져보자. 2014년 매출 3억 6,200만 달러는 15개 부문-콘도 판매, 골프 클럽, 리조트 등-에서 나온 것이다. 가장 파악하기 까다로운 부분은 임대료인데, 그가 공개한 정보가 부실한 탓이다. 트럼프는 중소 규모 부동산에 대해, 정확한 금액이 아닌 금액 대로 보고를 했다. 최대치로 가정했을 때 이 중소 규모 부동산의 임대료는 4,600만 달러다. 또 그가 소유한 대형 건물의 총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시세를 고려할 때, 연 1억 3,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임대료에 앞서 언급된 3억 6,200만 달러를 더하고, 로열티 3,750만 달러(역시 최대로 가정한 수치다)까지 합치면 총 매출은 5억 7,600만 달러가 된다. 상당한 액수긴 하지만, 1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치곤 부족한 매출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트럼프의 사업을 얼추 비슷한 규모의 부동산 상장 기업-그래서 경영이 투명하다-과 비교해 보자. 부동산 투자기업 브랜디와인 리얼티 트러스트 Brandywine Realty Trust가 비교의 대상이다. 미국 전역에 179건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 중인 이 기업은 지난해 매출 6억 300만 달러를 기록했다(포춘이 추정한 트럼프의 사업보단 조금 규모가 크다). 오늘날 브랜디와인의 시가총액은 25억 달러 수준이다.

물론 트럼프는 자신의 브랜드 가치가 가진 ‘마법’이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의 명성 덕분에 영업마진이 브랜디와인의 20%보다 훨씬 높고, 업계 최고 수준인 30%까지도 올라간다고 생각해보자. 최대한 양보해 3억 200만 달러 규모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도 탄탄하게 10%의 수익률이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포춘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예상 연이자 지급액 4,000만 달러는 뺐다-트럼프의 세전 소득이 1억 6,600만 달러가 나온다는 결론 내렸다. 트럼프의 기업가치가 영업이익의 20배 이상이라고 가정해도, 본인 주장의 3분의 1에 불과한 33억 달러 수준의 가치 밖에 안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트럼프 보유 자산 각각의 가치를 평가했더니, 조금 높은 수치인 37억 2,000만 달러가 나왔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100억 달러에는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트럼프는 잘 알려진 자신의 부를 오랫동안 협상 도구로 활용해왔다. 1990년대 초 채권단이 압류를 행사하려 하자, 그는 자신의 이름이 지닌 영향력을 고려할 때 건물에서 트럼프 이름을 빼면 가치가 상당히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전략은 통했다.

우리가 추산한 자산 규모를 트럼프에게 알리자, 그는 우리에게 기록 시정을 요구해왔다. 우리가 산출한 소득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었다. 그는 “1억 6,600만 달러는 실제 수치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항의했다. 그는 비상장기업을 경영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공개하진 않지만” ‘실제 수치’는 포춘 추산 금액의 4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현재 전 세계에서 121개 라이선스 계약을 협상 중이며, 전 세계 어느 기업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포춘은 내 자산이나 그 자산의 가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현금흐름에 대해 이해하거나 알지도 못하고, 현금흐름을 구성하는 다수의 성공적인 거래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포춘은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비판했다.




Ⅲ. 소송 먼저, 질문은 나중에
트럼프가 이 기사를 읽은 뒤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해올까? 그렇다고 해도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1984년 그는 시카고 트리뷴 Chicago Tribune의 건축 평론가가 쓴 기사에 대해 5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그리고 기각됐다). 해당 기사는 맨해튼 남부에 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을 비판했다. 2006년에는 트럼프의 순자산이 스스로 주장한 것보다 적을 것이라고 암시했다는 이유로 <트럼프네이션 TrumpNation>의 저자 팀 오브라이언 Tim O‘Brien에게 5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이후 항소심에서 오브라이언이 승소했다).


그의 소송 이력은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당시 27세였던 트럼프는 유년기를 보낸 퀸스 Queens를 떠나 이스트 강 너머의 화려한 도심 맨해튼으로 이사를 했다. 그는 이스트사이드 East Side에 위치한 회원제 나이트클럽 르 클럽 Le Club에 가입했고, 곧이어 악명 높은 변호사이자 정계 실력자로 활동했던 ‘해결사’ 로이 콘 Roy Cohn을 만나 친구가 됐다. 콘은 1950년대 조셉 매카시 Joseph McCarthy 상원의원의 자문 대표로 일하며 공산주의자와 동성애자를 적출하는데 앞장섰다. 대담한 행동으로 유명했던 콘은 결국 1986년 7월 사기 등 중범죄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고, 한 달 뒤 에이즈 합병증으로 향년 59세에 사망했다.

1973년 트럼프 매니지먼트 Trump Management가 곤경에 빠지자, 당시 사장이었던 트럼프는 곧바로 콘을 찾아갔다. 트럼프 매니지먼트는 도널드 트럼프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 Fred Trump가 설립한 회사로, 당시 뉴욕 타임스의 여러 보도에 따르면, 퀸스와 브루클린, 스태튼 아일랜드의 건물 39곳에서 약 1만 4,000개의 주거용 아파트를 임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1973년 10월, 미국 정부가 이 기업의 인종 차별적 임대 정책을 고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트럼프는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정부가 사회보장 수급자들에게 아파트를 임대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해 12월, 콘은 미국 정부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당시로선 엄청난 금액인 1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반소(反訴)를 제기했다. 연방 판사는 5주 만에 기각 판결을 내렸고, 트럼프는 1975년 소송을 취하했다.

당시 콘의 손해배상 청구는 법적 근거는 빈약했지만, 언론의 관심을 끈 ‘경고장(shot over the bow)’ 역할을 했다. 트럼프가 비판가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선 조금도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반소는 향후 공격을 위한 본보기가 돼 이후 소송에서도 트럼프 ‘무기고’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트럼프는 2013년 언론인 윌리엄 D. 코핸 William D. Cohan에게 자신의 전략을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나는 끊임없이 그들의 뒤를 쫓을 것”이라며 “내가 이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들에게 법적 비용과 다른 형태의 고통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트럼프 본인도 소송의 타깃이 된 상태다. 그는 선거 운동 중 “당선되면 명예훼손 법 적용 대상을 개방할 것”이라고 공약을 했다. 이는 사실상 1964년 뉴욕 타임스 대 설리번 Sullivan 사건에 대한 미국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트럼프와 같은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언론사를 보호하고,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언론 자유를 더욱 강조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05년 5월 트럼프 대학 설립 축하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사진 앞에 서서 저서를 자랑하고 있다.
+ 트럼프 대학 소송 사건
소송: 트럼프 대학에서 부동산 강의를 수강했던 타를라 마카예프 Tarla Makaeff 가 2010년 사기를 당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혐의를 부인했고, 5월에는 마카예프가 명예훼손을 했다며 100만 달러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2년 법정 증언에선, 승소할 경우 마카예프 측 로펌과 변호인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결과: 트럼프의 반소는 기각됐고,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변호인 선임비용 80만 달러를 마카예프에 지불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마카예프는 건강상 이유로 소송을 취하했지만, 해당 사건은 계속 유지돼 6월이나 8월 재판이 재개될 수도 있다.




2014년 애틀랜틱 시티의 트럼프 플라자 카지노가 폐업을 하자, 직원들이 간판의 글자를 떼어내고 있다.
Ⅳ. 무분별한 차입 경영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기업인으로서의 역량을 활용, 미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증거로 그가 경영하는 사업체들이 “상당히 낮은 부채와 엄청난 현금흐름”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 사례야말로 “19조 달러 부채에 시달리는 미국이 바로 나 같은 인물의 사고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증거” 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최대 카지노 회사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조사해봤더니, 그가 선거 운동에서 강조한 긴축과는 전혀 상반된 사고방식이 드러났다. 실제로 트럼프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무분별하게 채무를 늘려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트럼프는 1995년 중반부터 두 번째로 파산을 신청한 2009년 초까지 상장기업 트럼프 호텔-이후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Trump Entertainment Resorts로 사명을 바꿨다-에서 회장 겸 CEO로 재직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카지노 관련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금을 크게 늘려 기업의 미래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1995년 트럼프 호텔이 상장했을 당시, 회사의 대형 보유자산은 카지노 ‘트럼프 플라자’가 유일했다. 그리고 이듬해 초 트럼프 호텔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묘사되는 트럼프 타지마할을 8억 9,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 거래에서 트럼프 호텔은 정말 비싼 부채-11.25% 고리의 정크본드 8억1,700만 달러-를 상당히 떠안게 됐다. 트럼프 타지마할은 그 이자 부담 때문에 초기부터 적자를 봐야 했다. 트럼프는 당시 합병에 대해 “금액을 알면 다들 놀랄 거다. 어마어마한 숫자다”라고 호기를 부렸다.

트럼프는 계속 트럼프 브랜드로 카지노를 매입했다. 1996년 6월에는 트럼프 캐슬 인수를 발표했다. 트럼프 타지마할은 지분을 절반만 보유했지만, 캐슬의 경우 지분을 100% 보유했다. 트럼프 호텔은 5억 2,000만 달러에 트럼프 캐슬을 매입했고, 트럼프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브랜드 수수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발표된 매입가격은 현금흐름의 무려 18배나 됐다(타지마할과 비교해도 두 배나 높은 액수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캐슬이 3억 5,000만 달러가 넘는 부채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불명확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부채의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트럼프 호텔의 상장 당시 장기부채는 4억 9,400만 달러였지만, 대형 인수 두 건을 완료한 이듬해 말에는 17억 달러로 급증했다. 2002년에는 채무가 21억 달러에 이르렀고, 레버리지 비율 (*역주: 자기 자본에 대한 차입 자본 비율)도 27로 급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라더스 Lehman Brothers를 파멸로 이끌었던 수준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었다.

1995년 기업공개부터 2004년, 2009년 두 차례의 파산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호텔과 그 ‘후계자’ 트럼프 엔터테인먼트는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다. 엄청난 이자비용으로 영업이익이 매년 급감했다. 트럼프가 회장으로 재직한 15년 동안, 트럼프 호텔은 특수 항목을 제외하곤 17억 달러에 이르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ⅴ. 자신이 모든 것을 잘 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부동산 거물들과 달리 트럼프는 부동산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그는 종종 자신의 전문분야 외에도 다른 업계 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시도했다. 트럼프 밑에서 근무한 임원 몇몇-모두 그의 분노를 두려워해 익명을 요구했다-은 “최측근 간부들이 줄곧 ’트럼프는 자부심이 너무 강해 자신이 뭐든 운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경고했다”고 증언했다.

1980년대 말 트럼프는 플라자 호텔 Plaza Hotel과 셔틀버스 운영기업 구 이스턴 셔틀 Eastern Shuttle(훗날 트럼프 셔틀 Trump Shuttle로 개명했다)을 인수했지만, 엄청난 부채와 경영 부실로 두 기업을 모두 잃고 말았다. 또 발리항공(Bally Airlines)과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의 합병을 주도했지만 무산됐다. 모험적인 그의 경영스타일은 극도로 주기적인 특성을 지니는 도박 산업과 특히 맞지 않았다. 경쟁 기업인 스티브 윈 Steve Wynn은 카지노산업에 전념하며 긴축재정을 펼친 반면, 트럼프는 애틀랜틱 시티가 계속 번창할 것으로 오판했다. 인근 다른 주로 카지노산업이 확장되면서 다가왔던 위협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최근 트럼프의 정치 행보에서도 이 같은 접근법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는 스스로가 최상의 대통령 후보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 캠페인 운영도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최근 ‘뉴욕 New York’ 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전략가”라고 강조하면서, 통념에서 벗어난 대선 캠페인과 예상치 못한 정치적 성공을 직접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알지 못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대선 과정-특히 대의원 확보 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결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다시 ‘트럼프 방식’으로 사업에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Q+A] 도널드 트럼프의 일문일답
위대한 기업인이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적절한 사업 본능이 매우 중요하다. 한계를 아는 것과 상상력도 중요하다.


위대한 기업인이 되는 요인이 위대한 대통령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나?
도움은 되지만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기업인의 자질 외에도 다른 많은 기술들을 필요로 한다. 대통령은 상당한 소통 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기업인에겐 그게 필수적이진 않다. 대통령은 상당 부분 따뜻한 감성을 가져야 하지만, 기업인은 꼭 그럴 필요가 없다.


기업과 국가 운영의 또 다른 차이점을 묻고 싶다. 카지노 운영 당시 부채가 상당했는데.
과거에는 부채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부채가 거의 없는 상황이 더 즐겁긴 하다.


국가 부채를 10년 안에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능한가?
10년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리파이낸싱(대출 차환)을 통해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부채를 빠르게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경제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10년 안에 어느 정도의 부채를 감축할 수 있나?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


어느 정도인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하는지에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 공격적인 입장은 선호하지 않는다. 미국의 인프라를 재건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군대도 재건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다. 현재로서 가장 다행인 점은 금리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시행되지 않고 있는 여러 좋은 일들을 놀라운 수준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저금리가 좋다는 말인가?
나는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항상 저금리를 선호했다. 그러나 저금리는 미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끌어 온 서민들에겐 공정치 못한 문제다. 동전 하나까지 아껴가며 해야 할 모든 일을 한 이들이, 그렇게 저축한 돈으로 은퇴를 하는 이들이 이제 0.125%밖에 되지 않는 이자를 받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겐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보나?
사람들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렵게 바라봐야 할 대목도 있다.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국가 채무를 늘려야 하고, 또 그 금리가 현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매우 끔찍한 시나리오다.


재닛 옐런 Janet Yellen 연준 의장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나름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그러나 임기를 마치고 5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다면 옐런 의장을 재선임하겠나?
그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다른 인사를 기용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악당(bully)’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실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본인의 협상 기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말했다. 나는 협상을 할 줄 안다고만 말한다. 그간 미국이 합의한 내용들을 검토해 봤다. 이란과의 합의는 이제껏 본 것 중 최악의 협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무역 협정도 끔찍하다. 나는 뛰어난 기업인들이 협상 과정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다. 현재는 정치인들이 협상을 전담하고 있다.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강점이 아닌 분야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
집중을 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뭔가를 하고자 했을 때, 항상 잘 해왔다.

-4월 19일 포춘의 스티븐 갠덜 Stephen Gandel 기자가 트럼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Shawn Tully and Roger Parloff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