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모루아의 ‘프랑스사(원제 Histoire de la France)’가 36년만에 다시 번역돼 출간됐다. 역자는 언론인 출신인 신영석씨다. 신씨는 지난 1980년 이 책을 첫 출간한 후 이번에 현대적인 표현에 맞게 번역했다.
모루아의 ‘프랑스사’는 1947년에 씌어졌으니 지금으로부터 69년 전이다. 지금껏 수많은 프랑스 관련 역사서가 나왔지만 그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루아의 ‘프랑스사’다. 그는 평론가이자 전기작가, 역사가로 원래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다. 그가 역사 서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37년 ‘영국사’를 출간하면서다. 이후 1943년 ‘미국사’를 펴내며 역사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 이후 모국인 프랑스 역사도 서술해 달라는 요청과 압력을 받고 집필한 것이 이 책이다.
모루아의 역사서가 최고로 인식되는 것은 저자 특유의 서술방식에 있다. 역사적 사실을 전달함에 있어 객관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핵심을 꿰뚫는 저자의 탁월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한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고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감명을 준다.
프랑스 역사에 대한 저자의 자신감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저자는 “프랑스 인종이란 것이 존재했던 적은 없다. 현재 프랑스를 구성하는 지역은 유럽대륙의 서쪽 끝이라 침략을 마무리하거나 침략자가 정착하는 곳이었다”고 이 책의 제1장 ‘골 지방의 로마화’에서 담담하게 밝힌다.
그러나 국가가 형성되고 백년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프랑스 국민은 정당한 일이라고 믿으면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이던 감수했다”고 프랑스 국민정신을 정의한다. 책은 프랑스 국가의 기원부터 문예 부흥과 종교 개혁, 절대 왕정과 제5공화국까지 주요 장면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유럽 국가들의 흥망성쇠사 속에 최강대국의 지위를 놓치지 않은 프랑스의 저력을 파헤친다. 3만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