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법으로 정국 타개"...靑은 침묵모드

복당·개헌 등 현안 개입 자제
원칙대로 관리 방침 정한 듯

청와대


“유승민 복당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고위 당정청 회의가 미뤄지면 신공항 결정도 미뤄지나.”

17일 오전 춘추관.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어떤 의미 있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 대변인뿐만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 모두가 ‘침묵 모드’다. 이런 모습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정공법으로 정국을 돌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급하게 움직였다가 역풍을 맞을 경우 레임덕이 한순간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바탕에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청와대는 유승민 의원 복당과 새누리당 당권 레이스, 동남권 신공항, 개헌 논의, 산업 구조조정 등의 난제를 동시에 관리해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들 문제는 작게는 여권 지지층, 크게는 국가가 몇 개로 분열돼도 이상할 게 없는 초대형 이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정중동 모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현안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사안을 관리하겠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로 청와대는 전날 유승민 의원의 복당 결정이 사실상 ‘비박계의 쿠데타’로 해석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격앙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했다. 이는 지난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주도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됐을 때와는 정반대다.

익명의 한 사립대 교수는 “참모들의 개인적인 불만조차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되지 않는 것을 볼 때 청와대가 유승민 복당에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데 따른 좌절감이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남권 신공항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입지 관련 용역 결과가 가장 중요하고 그 어떤 정치적 고려도 하면 안 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용역 결과를 따르게 되지 않겠느냐”면서 원칙을 고수할 뜻임을 시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의도 정치권이 주도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역시 흐름을 따를 뿐 대세를 주도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개헌을 원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친박 중심의 ‘장기집권 플랜’이 가동된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산업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도덕적 해이는 청와대로서는 아픈 부분이다. 파면 팔수록 정권 실세에 의한 낙하산 인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 청와대도 원칙론 말고는 할 얘기가 없는 상황이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