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A02 롯데그룹 역점사업 규제 완화 사례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롯데칠성 부지 개발사업 외에 롯데슈퍼의 프레시센터 사업에서도 관가를 움직여 규제를 푼 뒤 사업 활로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재계 안팎에서는 ‘롯데가 원하면 규제도 풀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재 주력하고 있는 계열사 간 부당 거래, 비자금 조성 등 회사 차원의 비리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는 대로 이러한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수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9일 법조계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지난 2014년부터 서울 강남에 있는 롯데칠성의 물류센터를 빌려 ‘냉장·냉동창고’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강남 등지에 사는 고객에게 식료품을 신속하게 배송하기 위해서다. 경쟁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온라인 배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가 문제였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식육판매업 신고를 한 곳과 같은 시·군·자치구에 있는 냉장·냉동시설만 임차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롯데슈퍼(롯데쇼핑)는 경기 용인시에 식육판매업 신고를 받아놓아 서울 강남에 있는 창고를 활용할 수 없었다. 이에 롯데는 해당 법 개정의 필요성을 요구했으며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지난해 말 식육판매업의 ‘같은 시·군·자치구’ 규정을 없앴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롯데는 같은 해 12월 롯데칠성 물류센터를 이용해 ‘롯데프레시센터’ 서초점을 냈고 서울 노원·장안구, 경기 용인, 인천시까지 4개의 센터를 추가로 열었다. 덕분에 롯데슈퍼의 온라인 배송 시스템은 크게 개선됐다. 현재까지 해당 법 개정의 혜택을 보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는 롯데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맞춤형 규제 완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롯데칠성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롯데칠성 부지(4만3,438㎡)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강남역 인근인 이 부지에 55층 규모의 롯데타운을 세우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특히 개발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3종 주거지역이던 이 지역을 상업지구로 용도를 바꿔야 했는데 오세훈 시장 시절이던 2009년 서울시는 전격적으로 ‘신도시개발체계’를 발표하며 물꼬를 터줬다. 이후 즉각 특혜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는 민간사업자가 용도변경을 직접 신청하고 공공기여 규모에 따라 용도를 변경해주는 것이 기존 법과 어긋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 2011년 18대 국회 국토해양위 법안소위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통해 롯데칠성 부지 등 사기업이 보유한 대형 부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논의했지만 김진애 민주당 의원 등이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반대하는 주장을 꺾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국회의 합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토해양부는 2012년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용도변경의 길을 터줬다. 서울시도 2015년 3월 사전협상제도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공기여 방법을 다양화하는 등 개발에 유리하도록 변경지침을 마련했다. 모두 롯데칠성 등 대기업들에 특혜가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롯데칠성은 2009년 서울시의 허용, 2012년 국토부 시행령 개정 등 관가의 전향적 태도가 있을 때마다 사업제안서를 냈다. 두 차례 반려된 후 지난해 12월 또다시 ‘롯데타운 사업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해 논의 중이다.
롯데의 또 다른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역시 정관계 로비를 통한 인허가 특혜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공항 이착륙 안전 때문에 제2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해온 공군이 2009년 돌연 공항 활주로를 각도를 3도 트는 조건으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롯데가 이 과정에서 공군 중장 출신인 천모씨 등에게 13억원을 로비 명목으로 줬다는 구체적인 의혹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 밖에 인천 계양산 골프장 개발 과정에서의 용도변경 문제와 부산롯데타운 건설 등 각종 사업에서도 특혜가 주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계열사 사이 자산,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이 주요 수사 대상”이라면서도 “각종 로비, 특혜 의혹도 구체적인 범죄 단서가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동영·서민준기자 jin@sedaily.com